잇단 지진ㆍ화재참사로 필요성 높아
복지부, 17억가량 투입 내달 설립
예산 부족 탓 전문인력 확보 못해
“자칫 생색내기에 그칠라” 우려도
[저작권 한국일보] 류효진기자

대형 재난 발생 시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심리지원을 총괄하는 ‘국가 재난트라우마센터’가 조만간 국내에도 드디어 선을 보인다. 지진, 화재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적은 예산에 주먹구구 식 운영으로 자칫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21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국가 재난트라우마센터는 다음달께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조직으로 설립된다. 인력은 부센터장 1명, 박사급 인력 3명, 팀원 21명으로 구성된다. 센터장은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이 겸직한다. 예산은 17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국가 재난트라우마센터 설립은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적 재난ㆍ사고 발생 시 국가차원에서 심리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지만 번번이 뒤로 밀리다가, 문재인 정부가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시키면서 급물살을 탔다.

경주ㆍ포항 지진에 이어 제천과 밀양에서 화재참사가 연이어 발생하자 그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재난 피해자들은 제때 심리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트라우마에서 쉽게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센터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난 발생 시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 심리지원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 재난트라우마센터가 재난 발생 시 심리지원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센터의 주된 역할이 재난 시 현장 심리지원서비스, 재난 정신건강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지만 정작 센터 인력은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등이 우선적으로 채워진다. 제대로 된 심리 상담 등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 일본에 설립된 ‘재해시(災害時) 마음의 정보지원센터’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명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외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원 10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국가 재난트라우마센터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신ㆍ예방의학ㆍ통계학 등을 전공한 전문인력이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급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채용 인력은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다. 현진희 교수는 “국가 재난트라우마센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이 확충돼야 하지만 무기계약직 채용 시 원하는 인력이 지원할 리 만무하다”며 “게다가 잦은 이직 등으로 운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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