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방한 2주 전 ‘北 의향’ 입수 논의 시작
靑 “국정원 통해 北 의사 타진… 북미대화 추진”
국정원과 공조 또는 CIA ‘새 채널’ 구축 가능성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알려진 북미 간 회동 시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역할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2주 전인 1월 말 CIA가 ‘북한이 펜스 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입수하면서 북미 간 고위급 접촉 논의가 시작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일 전화통화를 나눈 만큼 청와대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WP는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북미 고위급 접촉 구상이 한국 측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CIA 역할설이 보도된 만큼 한국 측 카운터파트인 국가정보원도 북미 간 회동 시도에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 NSC는 국무부, 국방부, CIA 등으로 구성되며, 청와대 NSC에는 국정원이 포함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청와대가 북미대화를 주선했고, 미국과는 NSC, 북한과는 국정원 라인을 통해 의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이 북미대화를 원하는 북한 측 의사를 전달 받았고, 이를 청와대가 백악관 NSC 와 공유하면서 미측 의사를 타진한 셈이다.

서 원장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접견과 오찬에도 배석했다. 서 원장은 1980년 공채 17기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입사, 2008년 국정원 3차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대북업무를 도맡아온 베테랑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수차례 만났고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협상에 참여했다. 또 1997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을 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당시 북한 금호사무소에 2년간 상주한 풍부한 대북경험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남북대화 급진전뿐 아니라 청와대의 북미접촉 주선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한 셈이다.

국정원과 별개로 CIA가 북미 간 대화채널을 새롭게 구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북미 간 채널로는 지난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과 관련해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대표되는 ‘뉴욕채널’이 꼽힌다. 그러나 이번에 CIA가 수면 위에 올라온 만큼 뉴욕채널 외에 새로운 물밑 창구가 만들어졌으며 향후 북미관계에 있어 중심축이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평창올림픽 이후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대북압박 차원에서 독자 제재를 계속해 검토하고 정기적으로 이를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내주 미국에 고위 당국자를 파견해 평창올림픽 이후 북핵문제 해법과 관련해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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