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출자전환 시 현금투자 “회계 투명성 결여돼 어렵다”
CUV 등 완전신차 2종 배정, 경차 단종 전제해 효과 미미
근로자 1만명 이하 구조조정, 창원 공장도 폐쇄 불가피할 듯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민중당 관계자들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규탄 정당 연설회를 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협박과 GM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배리 앵글 제너럴모터스(GM) 사장과 국회 여야 지도부간 면담으로 GM 측이 계획하고 있는 한국GM 회생방안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한국GM에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정부와 산업은행에 천문학적 투자를 요구(본보 1월16일ㆍ2월13일 보도)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GM의 회생안은 ▦3조원 차입금 출자전환 시 지분 비율만큼 현금 투자 ▦신차 2종 배정을 전체로 한 28억달러 투자 ▦군산공장 폐쇄와 근로자 구조조정 등 크게 3개 축으로 요약된다. GM이 제시한 회생방안이 얼마나 실현가능한지 따져봤다.

우선 GM이 한국GM에 빌려준 3조2,000억원을 출자 전환하는 대가로 산업은행이 1조원 가량 출자하는 방안에 대해서 산업은행과 당국이 반대하고 있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경영실사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흑자전환 등 경영개선 대책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개선조치 ▦차입금 금리 인하 등 수지개선 조치 ▦장기경영계획 제출 ▦소수 주주권 강화 등이 선행돼야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류 상에는 차입금이 2조4,000억원이었는데, 어떻게 운영했길래 1년여 만에 빚이 1조원가량 증가할 수가 있느냐”며 “회계 투명성이 결여된 회사에 어떤 방식의 투자도 어렵다”고 말했다.

GM이 제시한 신차 배정을 위한 28억달러 투자도 한국GM의 흑자 전환보다는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인기가 높은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전기차 등 미래차가 아니라 소형 내연기관 차종이라 판매 전망도 밝지 않다. 더욱이 신차 2종 투입을 위해, 28억 달러나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앵글 사장이 한국 GM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완전 신차는 크로스오버차(CUV)로 아직은 콥셉트카 개념이어서, GM이 예상하듯 판매가 순조로울지 미지수다. 게다가 CUV 투입은 경차 스파크 단종을 전제하기 때문에, 기존 스파크 물량(2017년 기준 14만대)이 줄어 신차 투입으로 인한 생산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 20일 국회와 면담에서 새로 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올해 초 한국GM이 노조에 제시했던 ‘트랙스 후속’ 또는 ‘트랙스 롱바디’일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완전변경을 목표로 개발중인 소형 SUV 트랙스는 전체 한국GM 물량(약52만대)의 절반 이상인 27만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변경이 시급한 중형 SUV 캡티바, 소형 세단 아베오, 화물 경차 다마스ㆍ라보 등을 대체할 차종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차종 생산이 중단되면 생산량이 최소 20만대 줄어든다. 이 경우 창원공장도 폐쇄가 불가피하다. 결국 GM이 내심 원했던 대로 한국GM은 부평에서만 최소 물량을 생산하며 유지하고, 글로벌 소형차 개발을 한국GM 부평 디자인센터에서 전담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구조조정 방안 역시 부평공장만 운영하는 수준에 맞춰져 있다. GM측은 현재 1만6,000명 가량인 한국GM 인력을 부평공장 근로자 수준인 1만명 이하로 줄여 최소 연간 5,000억원 이상 비용절감 효과를 볼 계획이다. 여기에 1,500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감축한 후, 정규직은 전환배치 등을 통해 부평공장에 근무하게 할 복안을 가지고 있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인건비 10% 삭감, 복리후생비 축소 등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GM은 과거 임단협에서 노조에 임금 삭감 등을 요구한 적 없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개선안을 낸 적도 없으면서, 뒤에서 근로자를 비난하고 있다”며 “경영 투명성, 확정된 생산 물량 제공, 본사 차입금 전액 탕감 등 진지한 한국GM 회생 방안을 제시한다면, 노조는 임금 등에서 양보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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