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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는 미국, 버티는 북한, 말리고 달래는 한국… 접점은 ‘도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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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는 미국, 버티는 북한, 말리고 달래는 한국… 접점은 ‘도발 중단’

입력
2018.02.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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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준비될 때까지 최대 압박”

미국 강온파, 일관된 대북 메시지

북한은 한미 훈련 비난 거듭하며

‘대남 올인’… 짐짓 무관심한 척

‘폐기 vs 보유국’ 북미 핵 평행선

상호 위협 고조되자 절충 분위기

“대화 성사 관건은 남한 ‘중재 외교’

9월까지 동결 지속 시 환경 조성”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방영된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당신(북한)의 말에 우리는 채널을 열어놓고 귀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행 중인 압박 작전을 지속하는 건 물론 그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메 쇼쿠리 이집트 외교장관을 만나고 있는 틸러슨 장관. 카이로=A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방영된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당신(북한)의 말에 우리는 채널을 열어놓고 귀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행 중인 압박 작전을 지속하는 건 물론 그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메 쇼쿠리 이집트 외교장관을 만나고 있는 틸러슨 장관. 카이로=AP 연합뉴스

한반도 핵 위기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 성사가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핵 폐기(미국)와 포기 불가(북한)라는 각자 입장만을 고집하며 평행선을 긋던 양측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동결’이라는 접점을 찾아가면서다. 다만 아직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공방은 치열하다.

유화파와 강경파간 간 톤 차이에도 최근 미국의 대북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마주앉을 의향이 있지만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먼저 말할 때까지 압박을 풀지 않을 테니 어서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방영된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당신(북한)의 말에 우리는 채널을 열어놓고 귀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행 중인 압박 작전을 지속하는 건 물론 그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17일 미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 우선주의’ 세제개혁 행사 연설을 통해 “미국은 그들(북한)이 이 나라를 위협하는 것을 멈추고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때까지 북한 독재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북한은 버텨볼 태세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인 미국을 거듭 비난하면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정세를 격화시키는 전쟁 광신자들의 도발 행위’ 제하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공개적으로 올림픽 봉화가 꺼지는 즉시 ‘북남관계의 해빙’도 끝내려는 것이 저들의 목적이며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끝나자마자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겠다고 고아대는(큰 소리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정도에 이르렀다”며 “북남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의 분위기가 깨어지게 된다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액면만 보면 올 들어 북한의 관심은 오로지 남북관계 개선이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9일 ‘민족 자주만이 정답이다’ 제하 글에서 “우리 민족의 자주 통일을 달가와하지 않는 미국은 오늘도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 방대한 핵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이면서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겨레의 지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면서도 “북과 남이 민족 자주의 기치 밑에 뜻과 마음을 합친다면 북남관계 개선에서는 커다란 전진이 이룩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도 이 매체는 남북 교류와 관련, “호상(상호) 이해와 친밀감을 두터이하고 대결과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데서 동족간의 부단한 접촉과 내왕, 협력과 교류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 “화해ㆍ대화 분위기를 더 승화시켜야 한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당부를 구체화한 것이다.

북미 대화에 무관심하다며 짐짓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명백히 말해두건대 할 일을 다 해놓고 가질 것을 다 가진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날(급해질) 것은 다름 아닌 미국”(17일 노동신문 개인 논평)이라면서다. 이미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서두를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북한의 ‘대남 대화 공세 올인’이 대북 제재 공조 이완을 노린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핵 보유 상태의 제한적인 평화 공존이 가능함을 최소 1~2년 동안 국제사회에 보여주면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정상국가 이미지를 쌓아 궁극적으로 제재의 명분을 약화하는 게 북한의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역시 가능하다면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세는 일단 미국이 더 전향적이긴 하지만 북미 양측 모두 대치 상황을 길게 끌고 가기보다 이른 시간 내에 대화를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자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한이 개발하기 전에 막아야 하는 미국이나 통치자금, 나아가 체제 안정성에까지 제재가 영향을 미치는 일은 피해야 하는 북한이나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황들을 두루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당사자끼리 합의할 수 있는 북미 대화 입구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 중단이다. 북한은 이미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북한과 가까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12일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시험이나 탄도로켓 시험 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다. 19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우리는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되어 있고 이에 대해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되어 유독 미국만 모르고 있는가”라고 논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사 천명을 협상 시작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왔던 미국도 최근 평창발 훈풍을 감안했는지 문턱을 다소 낮춘 상황이다. 박지광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의제 조율을 위한 북미 간 탐색 대화 이후) 진정한 의미의 대화는 북한이 최소한 핵 동결을 선언하고 이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를 통해 검증 받아야 시작된다는 게 워싱턴의 일치된 견해”라며 “최소한 북핵 동결 조치 없이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달리 말해 북한의 핵 동결 조치가 북미 대화 문을 열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 표시라는 뜻이다. 박원곤 교수도 “남북 대화를 통해 핵ㆍ미사일 개발 중단 수준의 조치를 도출해낼 수 있다면 미국도 나쁠 게 없다”고 했다.

관건은 한국 정부 중재 외교의 성패다. 북한을 달래고 미국을 말려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는 일은 한국 정부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부가 북한에는 한미 연합 훈련 재개 전인 3월 중 특사를 보내 핵ㆍ미사일 활동 자제가 향후 정세 관리의 핵심임을 상기시키고 미국과는 훈련 기간 전략자산 전개 규모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9월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까지 어떻게든 도발을 중단시켜 사실상 동결을 이끌어낼 경우 자연스레 북미 대화 환경이 조성된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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