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법 위반에 대통령 자격 논란도 불거져
비리 감추려 권력기관 동원해 朴 당선 도와
MB에 거듭 면죄부 준 검찰도 책임 못 면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전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다스는 집안 형제 간 문제고 개인 문제”라고 말했다. 다스 지분관계는 형제끼리 문제니 남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만 나오면 펄쩍 뛰던 것에 비하면 한참 후퇴한 모양새다. 검찰이 “다스 주인은 MB”로 사실상 결론 내리자 미리 김을 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노림수야 어떻든 발언의 사실 관계부터가 틀렸다. 다스 소유는 단순히 형제간의 지분 주고 받기가 아니라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다. 다스 소유와 그로 인해 파생된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횡령, 배임, 조세포탈, 대통령기록물관리법ㆍ공직선거법ㆍ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이거론된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를 제외하고 다스만으로도 그렇다. 혐의가 확정돼 재판에 넘어가면 중형을 선고 받을 수 있는 중대범죄다.

법적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다. 대통령 당선 자격 논란은 물론 취임 후 국정운영과의 연관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 해 여름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이 제기됐고, 대선 직전에는 BBK 주가조작과 다스 소유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면죄부를 던져 대선가도의 걸림돌을 치워주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대선에서 530만 표 차이로 이긴 것을 근거로 다스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지금처럼 엄정하게 수사해 사실을 밝혀냈다면 경선과 본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재산 허위 신고만으로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후보 자격이 박탈된다. 그가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 1월 정호영 특검팀이 수사할 때 당선무효 가능성까지 거론된 점을 떠올리면 그리 쉽게 단언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차명재산인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로 흘러가고, 그 돈이 주가조작으로 수천 명에게 피해를 입힌 BBK에 투자됐다면 도덕적 지탄을 면키 어려웠다.

백 번 양보해서 진실이 드러나고도 당선됐다 해도 득표 수는 훨씬 적었을 게 틀림없다. 그러면 압도적 표차에 도취해 취임 초 미국산 소고기 검역을 임의로 완화해 평지풍파를 일으키거나 4대강 사업을 강행해 후유증을 남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스 문제가 결과적으로 국정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런 잘못된 기류는 차기 대선에까지 이어진다. 이 전 대통령은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을 다했다. 비록 견원지간이긴 해도 자신의 비리를 들추지는 않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에서였다. 2012년 대선에서 팽팽하게 전개된 국면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노무현 NLL포기 발언’이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국정원 정치공작 현장이 들통나자 경찰은 서둘러 “댓글 흔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국정원과 경찰이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은폐한 사실이 최근에야 드러났다. NLL포기 발언은 대선 닷새 전 김무성 의원이 유세에서 발언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반북 정서에 민감한 50대 이상에서 박근혜에게 몰표가 나온 데는 그 영향이 컸다. 당시 발언의 출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작성해 청와대에 넘긴 것을 박근혜 측이 건네 받아 활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만약 이런 사실들이 당시 밝혀졌더라면 박근혜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가정법에 근거해 다스의 나비효과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부적격자가 걸러지지 않은 채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그로 인해 국가의 위신이 추락하고 무기력해지는 현실을 똑똑히 알자는 것이다. 검찰과 국정원, 경찰 등 국가공권력이 권력과 결탁하면 민주주의와 법치의 근간이 무너진다. 그래서 권력기관 개혁은 국가가 바로서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다스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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