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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권 유사역사 지원과정 밝혀라” 14개 역사연구단체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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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권 유사역사 지원과정 밝혀라” 14개 역사연구단체 한목소리

입력
2018.02.19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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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 판단된 ‘환단고기’ 등

왜곡된 상고사 연구 배경

최근 감사원에 감사청구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8월15일 취임 첫 해 광복절 축사를 하고 있다. 역사학계는 환단고기의 영향이 엿보이는 대통령 발언에 충격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8월15일 취임 첫 해 광복절 축사를 하고 있다. 역사학계는 환단고기의 영향이 엿보이는 대통령 발언에 충격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사학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하게 여길만한 유사역사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 사업이 왜,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번 기회에 밝혀져야 한다 생각합니다.”(정요근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 한국고대사학회 등 14개 역사 관련 연구 단체들이 지난 8일 박근혜 정부 당시 진행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감사청구를 감사원에 냈다. 교육부가 자체 조사한다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권 차원의 기획물이기 때문에, 부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기구인 감사원이 나서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청구에는 한가지가 더 붙어 있다. 위대한 상고사를 강조하는, 유사역사에 관련된 연구지원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다. ‘국정화 추진’과 ‘유사역사 지원’을 함께 거론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학계가 보기에 상식적인 역사학자인 이상 모두가 국정화에 반대했다. 국정화 추진 때 박근혜 정부가 온갖 무리수를 둬야 했던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기존 역사학자들은 친일사학자, 식민사학자’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싶어했다고 역사학자들은 본다.

정권 초부터 이상 조짐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고사 강화를 내세웠고, 2013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이란 표현을 썼다. 이암을 이렇게 추켜세우는 이들 대부분은 학계가 위서로 판정한 환단고기 추종자, 곧 유사역사 추종자들이다. 이들은 이암이 환단고기 중 단군세기를 썼다고 믿는다. 환단고기가 극우 성향 군인들에게 널리 영향을 끼쳤다는 점,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기 수련이나 도에 관심 많았다는 점을 걱정하던 학계의 우려는 한층 더 증폭됐다.

지난 8일 서울 북촌로 감사원 앞에서 한국사연구회 등 14개 학술단체 회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감사청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함께 유사역사 지원사업에 대한 감사도 함께 요청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북촌로 감사원 앞에서 한국사연구회 등 14개 학술단체 회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감사청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함께 유사역사 지원사업에 대한 감사도 함께 요청했다. 연합뉴스

이 우려는 곧 현실화됐다. 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역사지도사업, 하버드대 고대한국프로젝트 같은 사업이 좌초됐다. 반면 유사역사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이 늘었다. 학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교육부 고위 관료 출신 몇몇 인사들을 중심으로 교육부뿐 아니라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등도 움직였다고 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3년간 10억여원을 지원한 ‘고대 평양 위치 규명’ 연구, 한국연구재단이 2014년부터 5년간 20억여원을 지원한 ‘조선사편수회 편찬 조선사의 번역 연구’ 등이 대표적 문제 사업이라 보고 있다.

조선사 번역 연구의 경우, 조선사는 조선왕조실록 등 기존 자료에서 일제가 활용할만한 자료를 뽑아둔 일종의 자료집이다. 이런 연구 지원 사업의 성과물들은 대체로 낙랑군이 평양에 없었다는 유사역사쪽 주장을 반복하거나, 고려시대 국경선이 만주에 있었다는 일방적인 주장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정요근 교수는 “일반 연구자들은 몇 백, 몇 천만원의 연구비를 얻기 위해 세밀한 연구계획서를 쓰고 연구 결과를 평가받는데 반해, 이런 사업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학계 상식을 넘어선 심사, 지원 과정을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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