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ㆍ2010년 두차례 체결
산은 “안전장치” 홍보해 놓고
GM 철수발표에 대책은 전무
실체보다 과장된 것이거나
“권리행사 소홀” 비난 못면할 듯

정부가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해 경영 실사에 나선 가운데, 산업은행이 한국GM(옛 대우자동차)을 미 제너럴모터스(GM)에 넘겨주며 안전장치로 체결한 2차례 협약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산은은 2002년과 2010년 GM과 협약을 맺으며 “한국GM이 하청기지가 되지 못하도록 막고, GM 철수 시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했다”고 협약의 의미를 홍보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GM이 각종 구실을 만들어 한국GM에서 현금을 빼가고, 경쟁력을 약화하는 동안 산은과 정부는 협약을 내세워 이를 저지하거나 감시ㆍ감독하지 않았다. GM이 일방적인 철수 발표를 한 후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산은이 안전장치라고 홍보해온 협약이 실체보다 과장된 것이었거나, 정부와 산은이 협약상 권리행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18일 산업은행과 한국GM 등에 따르면 산은이 GM과 맺은 대표적 협약은 2002년 ‘주주 간 계약서’와 2010년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다. 산은은 “GM이 공장매각이나 철수 등 불합리한 사업재편을 할 수 없도록 막는 견제장치”라고 소개했을 뿐, 최초 협약을 맺은 지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협약 전문이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02년 5월 체결한 ‘주주 간 계약서’는 GM이 한국GM을 인수하면서 ‘먹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GM이 자신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다수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은이 지난해 안전장치라고 공개한 ▦기존 생산라인 15년 이상 의무 가동 ▦GM의 한국GM 지분 2017년까지 매각불가(비토권) 등이 이 협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산은과 GM의 두 번째 협약은 2010년 12월에 이뤄진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다. 당시 합의서를 발표한 김영기 산은 부행장은 “한국GM이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생산, 수출, 라이센싱(기술권) 등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라며 “해마다 살피고 이 협약을 점검해 장기경영계획 목표 미달 시 치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GM은 선물환 거래 손실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산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산은은 두 번째 협약을 맺으며 GM의 유상증자를 사실상 허용했다.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은 협상과정에서 “소형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경쟁력을 갖춘 차종의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는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GM에 주문하기도 했다.

협약 전까지 산은은 수조원에 달하는 한국GM의 국내 금융권 여신을 이용해 한국GM을 파산시켜 법정관리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수립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협약이 당시 알려진 것과 다를 것으로 추측한다. 지난해 10월 산은의 비토권은 만료됐지만 장기경영계획 목표 달성을 위한 GM의 지원, 한국GM 기술권 보장 등의 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GM이 철수를 하더라도 시설물과 기술을 그대로 남겨 놓을 수 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그 추측의 근거다.

한국GM에게 불리한 협약 내용을 감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GM이 2010년 협약 이후부터 ▦한국GM 수출량 급감 ▦한국GM의 독자 개발 신차 출시 급감 ▦연구개발(R&D) 비용 본사 송금 증가 ▦스파크EV 등 미래차 생산중단 등 한국GM의 독자 생존 능력을 고사시키는 조치가 잇따라 시행됐다. GM이 지난 7년간 한국GM의 국내 금융권 여신을 없앤 것도 협약의 맹점을 이용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여러 차례 협약서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산업은행 및 금융당국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공론화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국GM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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