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협상 위해 신경전
北 노동신문 개인 필명 논평서
“시간 갈수록 급해질 쪽은 미국”
맥매스터 “김정은에 압력 계속”
美도 ‘대화 先제안 없다’ 정리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북미대화의 두 당사국이 서로 대화가 아쉬운 쪽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미대화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고지 쟁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곤경에 빠진 미국의 가련한 몰골만 드러낸 꼴불견 행보’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 기간 여론의 주요한 관심사로 된 것은 이번 기회에 조미(북미) 사이의 접촉이나 회담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며 “떡 줄 사람은 생각지고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트럼프 패거리들이 그에 대해 호들갑을 떨어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할 일을 다 해놓고 가질 것을 다 가진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날(급해질) 것은 다름아닌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할 일을 다 해놨다는 것은 ‘핵무력 완성’을 뜻한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졌으므로 대화를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미 협상 우위에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공론화된 시점에서 제재와 압박의 갈림길에 선 미국 정부도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듯한 분위기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정은 정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대화파로 평가받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조차 이날 공개된 CBS와의 인터뷰 예고편에서 “현 시점에서 그들(북한)에게 할 말이 없어서 많은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고 있으나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내게 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대화를 원한다면 대화 준비 신호, 즉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의지를 먼저 보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12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분명히 다른 기류다. 평창올림픽 전까지는 대화에 무게를 뒀던 반면, 올림픽을 계기로 막상 남북대화가 굴러가자 북한이 대화 조건을 먼저 제시하라며 뒤로 물러서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이라기보다는 북미대화에 앞서 유리한 협상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제스처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력한 대북제재 덕에 북한이 평화공세에 나섰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라며 “따라서 북미대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지금은 대화가 아니라 제재 강도를 적절히 높여 조금이라도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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