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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전원에 감독까지 김씨인데 친자매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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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전원에 감독까지 김씨인데 친자매가 아니라고?

입력
2018.02.1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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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선수와 감독까지 모두 김씨인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ESPN 캡처
5명의 선수와 감독까지 모두 김씨인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ESPN 캡처

스킵(주장) 김은정(28), 리드 김영미ㆍ세컨드 김선영(25), 서드 김경애(24), 후보 김초희(22). 감독은 김민정(37).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국제 무대에서 ‘팀 킴’이라 불린다. 컬링은 스킵의 성을 따서 팀 이름을 붙이는데 한국은 스킵 외 선수 전원에다 심지어 감독까지 김 씨라 “모두 한 가족이냐”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실은 김영미, 김경애만 친자매다. 2006년 의성여고에 다니던 김영미가 친구 김은정과 함께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김영미 동생 김경애가 언니 물건을 건네주러 왔다가 얼결에 합류했다. 김경애 친구 김선영이 들어오고 2015년에는 경기도의 고교 유망주 김초희가 가세했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면서 선수 5명에 감독까지 같은 그들의 성(姓)도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은 15일 세계 1위 캐나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같은 날 오후 세계 6위 일본에 아쉽게 패했지만 다음 날인 16일 세계 2위 스위스를 또 제압하며 2승1패로 순항 중이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의 샘 보든 선임기자도 ‘팀 킴’을 보고는 모두 친 자매인 줄 알고 깜작 놀란 모양이다. 보든 기자는 17일 ESPN 기사를 통해 “많은 외국인들이 이들을 보며 모두 친 자매냐고 묻는다”고 썼다. 그는 김민정 감독에게 팀원들을 어떻게 부르는지 물었다. 김 감독은 “이니셜을 부른다. 김은정은 E 킴(KIM), 김선영은 S 킴…. 이런 식으로 부른다”고 설명한 뒤 “한국에서 김 씨는 아주 흔하다. 우리는 헷갈리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16일 스위스를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16일 스위스를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보든 기자는 나아가 한국에 왜 이렇게 김씨가 많은 지 조사했다.

일단 그는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성을 살펴봤다. 121명 중 34명이 김(KIM) 씨였다. 성을 ‘GIM’으로 표기한 알파인의 김소희를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다음으로 이(Lee) 씨가 13명, 박(Park) 씨는 9명이다. 선수단의 절반이 3개 성씨로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보든 기자는 이런 현상이 여자 컬링이나 평창올림픽 출전 선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2015년 인구센서스를 보면, 한국에서 김 씨는 전체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김ㆍ이ㆍ박 등 상위 10개 성이 전체 인구의 64%를 이룬다.

이데 대해 보든 기자는 “과거 한국에서 성은 귀족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17세기 정도까지만 해도 인구의 절반 가량이 성을 가질 수 없었다”는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은기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성이 없던 사람들이 성을 갖게 됐을 때, 많은 이들은 김ㆍ이ㆍ박을 선택했는데 이 성이 역사적으로 많은 왕과 왕족, 중요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명망 있는 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보든 기자는 “이 성을 가진 한국인들이 실제로 귀족 혈통인지, 아니면 그냥 조상이 선택한 성인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적었다.

보든 기자는 한국인이 성을 중요시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스탠퍼드대에서 동아시아 역사를 연구하는 문유미 교수는 “한국 여성은 결혼해도 성을 바꾸지 않는다. 더 좋은 운명을 만들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경우는 있어도 조상이 물려준 성을 바꾸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든 기자는 일반 한국인들이 똑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도 알아냈다.

김 교수는 보든 기자에게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성 뒤에 직업과 ‘님’을 붙인다. 예를 들어 김 씨인 기자는 ‘김 기자님’이라고 불린다. 김 교수님, 김 검사님, 김 사장님…. 이런 식으로 부른다”고 알려줬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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