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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만 해도 유기동물이었지만… 가족과 설 쇠게 됐어요”

입력
2018.0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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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가족이 되어주세요] 153. 고양이 모녀 솔라ㆍ루나, 코커스패니얼 지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기동물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설 명절을 보내게 된 솔라(왼쪽부터), 루나, 지젤. 이민경, 배민철씨 제공 디자인=백종호 디자이너 jongho@hankookilbo.com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기동물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설 명절을 보내게 된 솔라(왼쪽부터), 루나, 지젤. 이민경, 배민철씨 제공 디자인=백종호 디자이너 jongho@hankookilbo.com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명절 연휴는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와 만나기도 하고 또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기간이라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명절이 되면 외로워지는 생명들도 있습니다. 바로 동물들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에 갈 때 데려가지 못하는 것은 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되긴 하지만 그나마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예 버려지는 경우도 있지요. 동물보호소에 있는 동물들도 활동가들이 돌봐주긴 하지만 가족들의 품이 그리운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행히도 한달 전까지만 해도 유기동물이었지만 새 가족을 만나 명절을 함께 보내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이번 ‘가족이되어주세요’ 코너에서는 설 연휴를 맞아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역 부근에서 자원봉사단체인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이 여는 유기동물 가족 찾기 행사장에서 입양돼 설 명절을 보내는 동물들을 소개합니다.

종견으로 살다 버려진 벨라는 입양된 이후 성격도 활발해지고 건강해졌다. 배민철 씨 제공
종견으로 살다 버려진 벨라는 입양된 이후 성격도 활발해지고 건강해졌다. 배민철 씨 제공

“떠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안타까운 동물을 데려와 잘 지내는 것도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지난달 13일 대전의 번식장에서 번식견으로 살다 야산에 버려진 코커스패니얼 지젤(2세 추정ㆍ암컷)을 입양한 배민철(36)씨는 지난 해 11월 열 네 살된 코커스패니얼 반려견을 노환으로 떠나 보냈습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온라인에서 코커스패니얼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가족을 찾는다는 지젤의 기사를 보게 됐다고 합니다. 사진만 보고도 마음이 쓰였던 배 씨는 지젤의 실물이라도 보기 위해 유행사 행사장을 세 번 방문했습니다. 처음부터 입양을 목표로 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배씨가 지젤이만 바라보자 봉사자들은 지젤을 안아보도록 권유했고 그 이후 지젤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떠난 반려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또 잘 돌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중 행사장에 나와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침울해하던 지젤을 우선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습니다.

배 씨는 “번식장에서 살다 보니 배변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워낙 똑똑해서 이제 배변도 잘 가린다”며 “이빨을 간 흔적이 있는 게 발견돼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이제 지젤은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기도 할 정도로 애교도 늘었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산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배 씨는 워낙 활동량이 많은 견종인만큼 좀 더 적응이 되면 산책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 씨는 “지젤과 처음 맞게 되는 올해 설에는 고향에도 같이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겁게 보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어미 고양이 솔라가 딸 루나를 그루밍해주고 있다. 이민경 씨 제공
어미 고양이 솔라가 딸 루나를 그루밍해주고 있다. 이민경 씨 제공

어미 고양이 솔라(2,3세 추정)와 딸 루나(1세 추정)는 건물의 한 옥상에 목줄이 묶인 채 지내야 했습니다. 더욱이 솔라는 잔반을 먹으며 원치도 않는 출산을 반복해야 했고, 그래서 인지 새끼 고양이들을 돌보는 것 조차 힘들어 했을 정도였습니다.

1년 가량 길고양이를 돌보던 이민경(36)씨 가족은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반려묘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펫샵에서 구매하는 대신 유기동물 중 입양을 하기로 했는데 유행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루나(옛 이름 시루)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연도 안타까웠지만 임시보호처에서는 너무 순하고 잘 지내는데 행사장에만 나오면 예민하고 하악질을 하는 게 더욱 마음이 갔다고 합니다.

이 씨 가족은 지난달 말 루나를 입양했는데요, 1주일 뒤 어미 고양이인 솔라(옛 이름 계피)까지 데려오게 됐습니다. 1주일 간격으로 두 마리의 집사가 된 데에는 솔라의 경우 루나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컸기 때문에 보호소가 아닌 따뜻한 가정이 필요하다는 활동가들의 진심 어린 걱정 때문이 작용했습니다. 그동안 솔라의 투정을 루나가 잘 받아주었기 때문에 둘은 같이 지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루나도 처음엔 낯을 가리고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처음 1주일간 다락방에 숨어서 나오질 않았고 가족들이 자러 간 이후에야 집안도 탐색하고 밥도 먹고 볼일도 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1주일 뒤 솔라가 집에 오니 루나의 태도도 바뀌었습니다. 가족이 만지는 것도 허락하고 바닥에 뒹굴면서 애교를 부리게 된 겁니다. 이 씨는 “솔라가 오게 되서 바뀐 건지, 1주일 간 적응하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루나가 애교쟁이 반려묘로 변신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솔라 역시 적응 기간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루나가 솔라 옆에만 지나가도 하악질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하악질도 줄어들고 이제는 솔라에게 그루밍(핥아주기)을 해준다는 겁니다.

이 씨는 “아직 솔라는 장난감을 잘 가지고 놀 줄 모르지만 루나는 운동신경이 진짜 좋다”며 “처음 같이 맞는 설인 만큼 간식도 많이 먹고 장난감으로 신나게 놀아주겠다”고 말합니다.

17일 토요일에도 서울 이태원역 인근에는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동물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다른 유기동물들도 지젤, 루나, 솔라처럼 올 한해 보호소가 아닌 한 가정의 가족으로 살아갈 기회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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