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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설 쇠는 동남아 다른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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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설 쇠는 동남아 다른 나라는

입력
2018.0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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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 많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도 음력설

베트남의 공식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3일 오후 호찌민동부버스터미널에서 한 가족이 버스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엄마 도움 없이도 자신의 짐을 들고 가는 모습, 짐을 맨 채 어린 아이들을 안고 걸리는 아이 엄마의 얼굴에서 힘든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베트남의 공식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3일 오후 호찌민동부버스터미널에서 한 가족이 버스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엄마 도움 없이도 자신의 짐을 들고 가는 모습, 짐을 맨 채 어린 아이들을 안고 걸리는 아이 엄마의 얼굴에서 힘든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설 앞에 ‘최대 명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나라는 베트남이다. ‘뗏’(Tetㆍ설)으로 불리는 명절로, 올해 공식 휴무일만 7일(14~20일)에 이른다. 상당수 기업들은 이 공식 기간을 포함해 약 보름 정도의 휴무를 보장한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휴가를 붙여 이보다 더 길게 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 전에 ‘13월의 급여’로 불리는 보너스를 받아 가족, 친인척,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베트남은 ‘귀성 전쟁’을 벌이는 것도 한국과 닮았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인데다 교통 사정, 특히 도로가 나빠 한국이면 4,5시간이면 갈 거리(약 400㎞)를 하루 종일 걸려서 간다. 13일 호찌민동부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깜(31)씨는 “고향 냐쨩(Nha Trang)까지 버스로 10시간이 걸린다. 내려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2시간 더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깜씨는 고향에서 보름 가량 머물면서 이용할 자신의 오토바이를 분해해 버스에 싣고 간다. 1명 버스 요금과 같은 30만동(약 1만5,000원)의 비용이 든다.

베트남 공식 설(뗏) 연휴 시작 하루 전인 13일 호찌민동부버스터미널 풍경. 고향에 내려가서 이용할 오토바이를 분해해서 가져가는 귀성객들도 많다.
베트남 공식 설(뗏) 연휴 시작 하루 전인 13일 호찌민동부버스터미널 풍경. 고향에 내려가서 이용할 오토바이를 분해해서 가져가는 귀성객들도 많다.

세뱃돈을 주는 풍습도 한국과 비슷하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의미로 붉은 색 종이 봉투에 돈을 주고, 수입이 있는 자식들과 손주들도 (조)부모에게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용돈을 드린다. 다만 세배는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하는 큰절 대신 허리만 숙이거나 손을 잡는 악수로 한다.

세뱃돈은 ‘행운의 돈’ 성격이 강해 가족, 친인척끼리는 물론 사무실 청소부 등 평소 고마운 사람들 사이에 오가기도 한다. 주류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맡고 있는 히엔씨는 “내가 올해 무탈하게 지내고,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건강과 행운을 바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도는 덜하지만 이 같은 설 풍경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도 있다. 중국 화교가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보통 음력 1월 1일 하루 공휴일로 인정한다. 한국, 중국인 등 음력 설을 쇠는 민족들은 이 날을 전후해 가족, 친척들과 모여 시간을 같이 보내고, 화교들은 ‘앙파우’라고 불리는 붉은 봉투에 돈을 담아 세뱃돈처럼 선물을 한다. 일부에서는 설 전야 불꽃 놀이를 통해 악귀를 물리치는 곳도 있지만 일부 쇼핑몰 등을 제외하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명절을 보낸다.

그 외 400년에 걸쳐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받은 필리핀과,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브루나이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국과 같은 설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로 1월 1일에 맞춰 축제를 벌인다.

대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무슬림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라마단’ 직후인 르바란(Lebaran)이 가장 북적대는 최대 명절이다. 르바란 기간은 보통 3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휴가를 붙여서 1,2주씩 가족, 친인척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간다. 특히, 베트남처럼 르바란 전에 1개월치 급여를 보너스로 받은 근로자들이 연중 가장 통 큰 소비를 하며 명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슬람력 9월에 해당하는 때로 보통 6,7월이다. 태국도 고유의 설 ‘송크란’(4월 13일)을 맞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불 뿌려주기 등의 행사를 갖는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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