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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돋보기] “7위에서 대역전 금메달...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천재”

입력
2018.02.15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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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강 부진 주종목 회전서 뒤집어

무관 탈출한 레이스 더욱 기대

마르셀 히르셔가 13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복합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환호하고 있다. 평창=EPA 연합뉴스
마르셀 히르셔가 13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복합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환호하고 있다. 평창=EPA 연합뉴스

13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는 하루 종일 알파인 스키 남자 복합 우승자 마르셀 히르셔(29ㆍ오스트리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알파인 스키에 걸린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복합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천재성’ 때문이다.

크게 스피드계(활강ㆍ슈퍼대회전)와 기술계(회전ㆍ대회전)로 나뉘는 알파인 스키 경기에서 복합은 이 두 계열을 한 차례씩 뛴 뒤 합산 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다. 스피드계와 기술계는 동시에 잘하기가 매우 어렵다. 육상으로 치면 단거리와 중ㆍ장거리 차이 정도 될 것이다. 복합은 ‘스키 팔방미인’을 뽑는 경연대회다.

활강으로 치러진 1차 시기 때만 해도 히르셔의 금메달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0.1초 안에서 승부가 갈리는게 알파인 스키인데, 선두에 무려 1초32 뒤져 7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히르셔는 자신의 주종목 회전으로 펼쳐진 2차 시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종합 우승을 거머쥐고야 말았다.

히르셔의 장점은 자기 스키에 대한 강한 자신감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 코치들에게 들어보면 히르셔는 “완경사와 급경사 중 급경사를 더 즐긴다”고 말한다고 한다. 완경사는 어떤 선수든 간에 훈련만 하면 능숙하게 탈 수 있다. 급경사는 이야기가 다르다. 밑으로 떨어지려는 중력에너지가 강하게 작용, 에지를 얼음판에 걸기가 쉽지 않다. 딱딱한 스키 슬로프 위에서 스키 떨림이 그만큼 심해 조종이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급경사를 더 즐긴다는 말은 그 만큼 스키 컨트롤에 있어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다.

하늘이 도와 준 금메달이기도 했다. 이번 활강 경기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 불어 닥친 강풍 때문에 활강 스타트 지점(해발 1,370m)이 아니라 슈퍼대회전 스타트 지점(1,195m)에서 시작했다. 자신이 약한 종목의 코스가 짧아 졌으니 그에게는 행운이었을 테다. 여기에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구간인 ‘사이드 뱅크’ 지점도 코스에서 제외됐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통산 55승으로 역대 최다승 2위에 올랐지만 올림픽 금메달이 없어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는데 드디어 그 오명에서 벗어났으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드디어 히르셔가 무관의 설움을 극복했다”고 더 기뻐했다.

그런데 내가 만약 히르셔라면 속으로 그렇게 생각 안 할 것 같다. 자신의 주 종목인 회전, 대회전에서 진정으로 자신의 기량을 증명 받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간의 설움을 말끔히 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복합 우승으로 이제 막 마중물을 부었다. 평창의 슬로프를 마음 놓고 휘저을 그의 레이스가 더욱 기대된다.

조용제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후보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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