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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경제와 포용적 성장

입력
2018.02.14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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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고용 없는 성장, 청년실업, 고령화 문제 등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과 부작용이 만만찮다. 정부가 복지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 소득불균형 등의 문제를 정부 재정만으로 다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 2010년 영국 보수당 정부가 14년 만에 집권하면서 제시한 정책 비전이다. ‘빅 소사이어티’는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시민 주도로 해결하여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국민끼리 서로 돕는 ‘큰 사회’를 말한다. 영국은 시장경제가 창조된 국가다. 자본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와 같은 경제학자를 배출했으며, 근대적 은행을 최초로 설립했고, 증기기관을 발명해 산업혁명을 선도했다. 이처럼 영국은 시장경제가 고도로 발전한 국가지만, 동시에 사회적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한 곳이기도 하다. 영국의 사회적 경제기업은 7만개다.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GDP의 4%, 일자리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성수동 인근에는 250여개 소셜벤처기업이 몰려 있다. 사회적 가치를 의미하는 소셜(social)과 창의적 도전정신을 의미하는 벤처(venture)의 합성어로, 미국의 ‘탐스슈즈’와 영국의 ‘빅이슈’와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탐스슈즈’는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한다. ‘빅이슈’는 유명인의 재능 기부로 잡지를 제작하고 판매권을 노숙인들에게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자활을 돕는다. 2014년 성수동 서울숲 주변으로 12개, 100여명의 사회혁신가들을 시작으로, 2018년 현재는 ‘마리몬드’,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채용해 물류대행 서비스업을 하는 ‘두손 컴퍼니’,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한식밥집을 운영하는‘소녀 방앗간’, 취약계층 및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학력 증진을 돕는 ‘점프’ 등 약 3,000여명의 청년 혁신가들이 ‘소셜벤처밸리’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가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과 더불어, 이들의 창업과 경영을 돕는 중간지원조직, 재정을 뒷받침하는 소셜임팩트 투자기관이 성수동을 중심으로 한데 어우러져 독자적인 사회혁신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셜벤처기업들은 작고 경험이 적다. 훌륭한 아이템과 창업자의 높은 열정만으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성동구는 소셜벤처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성수동에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조성 중이다. 임대료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경영컨설팅, 인큐베이팅과 성장 단계별 지원을 위한 ‘소셜벤처 이노스쿨’을 운영할 계획이다. 나아가 온ㆍ오프라인 서비스를 망라한 ‘소셜벤처기업 지원 플랫폼’도 구축 중이다.

시장에 의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없다면 사회는 빈곤해진다. 사회가 피폐해지면 시장도 함께 파산한다. 자유로운 시장과 건강한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생 관계다. 시장경제에서 창출된 부는 사회적 경제기업의 재정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경제기업은 시장경제에서 탈락한 약자들을 돌보고 재활시키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경제활동의 가치를 이윤보다 사람에 두는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하면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을 방지하고 시장과 사회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사회혁신을 꿈꾸며, 윤리적 목적 의식과 경제적 효율성의 융합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리 경제의 포용적 성장 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한 알의 작은 씨앗이 울창한 숲을 이뤄내듯, 사회 혁신가들이 일궈낸 성과가 온 사회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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