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첫 단추’ 면세점 선정

관세청 롯데 평가점수 부당 삭감
수천억 투입 잠실점 사업권 박탈
檢 “재획득위해 K재단 70억 뇌물”
정부, 면세점 수 늘려 롯데 재허가
법원 “묵시적 청탁 인정” 실형 선고
늘어난 신규 매장은 모두 적자에
“애초에 정부가 공정하게 했다면…”
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롯데면세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관세청은 롯데그룹이 면세점 특허를 따내기 위해 K스포츠재단을 지원했다는 1심 법원의 판단에 따라 롯데의 면세특허 취소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신동빈 롯데 회장 구속도 면세점 업계 만성 불황도 2015년에 비극의 씨앗이 뿌려진 겁니다.”

14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전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면세점 특허권 취득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자,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관세청이 당시 호텔롯데의 점수를 부당하게 깎아 롯데월드타워점(잠실) 면세사업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겼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면세 사업자를 공정하게 선정했으면 재계 5위 그룹 총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신 회장은 박탈당한 면세점 사업권을 다시 획득하기 위해 정부에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건넸다는 검찰의 주장을 1심 재판부가 받아들여 법정 구속됐다. 롯데 측은 K스포츠 재단에 건넨 70억원은 면세점 특허와 관련이 없는 체육계 발전을 위한 기부금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취득과 관련해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보고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롯데가 포기하기 힘든 사업장이다. 명동 면세점으로 서울 강북 면세 시장을 장악했던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개장으로 강남에서도 돌풍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 개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있던 면세점을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고 수천억원을 추가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 시설도 갖췄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2015년 8월 면세사업자 선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해 관세청 등에 “롯데에 강한 경고를 보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11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사업권은 박탈되고 대신 두산이 특허권을 받아 서울 동대문에 두타 면세점을 시작했다.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사업 경험과 시설 등이 우수한 롯데가 특허권을 뺏기고 두산이 신규 사업자가 된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박근혜 정부의 면세 행정 관련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늘리라고 지시하고 관세청은 기초자료를 왜곡하면서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수를 과도하게 늘렸다. 그 결과 대기업 몫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이 3곳 신설되고 그 중 하나를 롯데월드타워점이 이듬해 차지하게 된다. 이에 앞서 2015년 7월 열린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전에서도 관세청의 부정한 손이 심사 결과에 작용해 롯데의 추가 면세점 영업권 취득이 좌절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선정된 신규 사업자는 한화갤러리아와 HDC 신라면세점이었다.

정권의 면세 행정 비리는 롯데와 면세업계 모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롯데는 2016년 입찰전에서 면세 사업권을 다시 획득했지만 이로 인해 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청탁하고 면세 사업권을 받았다면 이는 처벌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애초에 정부가 공정하게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가 스스로 공정한 룰을 깨트린 상황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면세 사업권을 획득한 신규 사업자들도 모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까지 3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두산 면세점도 연간 5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기간에 사업자가 급격히 늘면서 롯데와 호텔신라 등 기존 면세사업자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면세 사업자 수를 늘린 정부의 행정 비리가 현재 면세업계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면세 신규 사업자 중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 못 해 면세 사업권 반납을 고민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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