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 같은 곳에서 또 성폭행…“관리 강화해야”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의 용의자 한정민(32)씨가 불과 6개월 전 같은 숙소에서 투숙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나면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씨는 14일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이른바 ‘게하포비아’(게스트하우스의 줄임말과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의 합성어)가 확산되면서 게스트하우스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이 배포한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 용의자 한정민씨 수배전단. 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26세 여성 A씨는 7일 저녁 제주시 구좌읍 S게스트하우스에 혼자 투숙했다. A씨는 이 숙소 관리인인 한씨가 연 파티에 참석했고 다음날 새벽 2시에 통신이 두절됐다. 10일 울산에 거주하는 A씨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같은 날 오후 2시쯤 장을 보고 돌아오던 한씨와 마주쳤다. 당시 한씨는 A씨가 나간 시간과 들어온 시간, 차량을 타고 왔는지 등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한씨는 이날 오후 8시35분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도주했다. 한씨는 경기 안양시의 한 숙박업소에 투숙했고, 다음날 택시를 타고 수원 탑동으로 이동한 뒤 한 편의점에 들렀다. 이후 행적이 묘연했던 한씨는 14일 천안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한씨가 자신을 향해 좁혀오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피해자 A씨는 11일 오후 12시20분쯤 투숙했던 S게스트하우스 옆 폐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20대 여성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 구좌읍의 S게스트하우스. 피해자의 시신은 11일 사진 왼쪽의 폐가에서 발견됐다. S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 캡쳐

용의자는 사망했지만 한씨가 불과 6개월 전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또 다른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 때문에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허술한 게스트하우스 관리체계로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술 취해 잠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시민들은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사람이 범행을 저지른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어떻게 계속 일할 수 있느냐”며 “게스트하우스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매년 두세 번 제주 여행을 가고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름과 휴대폰 번호 외엔 어떠한 개인 신상도 모르는 사람을 무분별하게 고용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다”면서 “숙박업소 및 게스트하우스 관리자 등록에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경력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게스트하우스 관리를 강화해달라’ ‘범죄자 신원조회 사이트를 만들어 범죄자들이 게스트하우스에 취업할 수 없게 해달라’는 등 관련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정모씨는 “사건이 보도되면서 혼자 여행을 하려던 여성들이 대부분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나 홀로 여행객’들이 다시 제주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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