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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앞둔 러, 떠돌이 개 격리… 소치의 비극 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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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앞둔 러, 떠돌이 개 격리… 소치의 비극 재연 우려

입력
2018.02.13 17:5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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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떠돌이 개를 거리에서 ‘치우려는’ 러시아 정부의 계획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떠돌이 개를 거리에서 ‘치우려는’ 러시아 정부의 계획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6월 월드컵 개막을 앞둔 러시아에서 떠돌이 개들의 운명이 ‘풍전등화’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벌어진 ‘동물 대학살’ 비극이 재연될 조짐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러시아 내부는 물론 전 세계 동물 애호가들이 나서 러시아 당국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저지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올 여름 개최될 월드컵을 앞두고 떠돌이 개를 치워 버리려는 계획을 세워왔다”며 “(소치 올림픽의) ‘데자뷰’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월드컵 경기를 개최할 11개 도시에 떠돌이 개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임시 수용소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체육부 장관을 지냈던 비탈리 뭇코 부총리는 “월드컵 개최 도시 곳곳에 200만 마리의 떠돌이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외국 관광객을 공격하거나 거리 미관을 헤칠 가능성이 있는 떠돌이 개들에 대한 격리 조치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임시 수용소 설치 아이디어는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쏟아진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당시 러시아는 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을 제거하기 위해 독침을 마구잡이로 쏘아 사살한 바 있다. 거리 한 복판에서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죽어가는 개들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러시아 당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러시아 동물애호가들은 임시 수용소 설치 방안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임시 수용이지만, 결국은 붙잡힌 동물을 모두 학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러시아 도시동물보호기금의 예카테리나 드미트리에바 이사는 “볼고그라드 지역과 또 다른 도시 두 곳에서, 개를 포획하기 위한 2만2,000달러 계약이 추가로 체결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소치 올림픽 당시 1,200마리의 떠돌이 개와 고양이를 독침으로 없애는 데 2만9,000 달러를 지불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러시아 의회 생태·환경보호 위원회의 블라디미르 부르마토프 위원장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국가의 평판에 대한 문제”라며 “우리는 거리에서 동물을 대량으로 살해하고 피 묻은 시체를 차에 실어서 버리는 야만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생태환경 보호위원회는 파벨 콜롭코프 스포츠 장관에 서신을 보내, 각 지역 당국이 인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둔 국가에서 떠돌이 동물들이 겪는 수난은 물론 이번만이 아니다. 그리스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위해 수천 마리의 떠돌이 개를 독살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중국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전 수십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죽음의 캠프(death camps)’에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권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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