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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호주 총리의 사과(2.13)

입력
2018.02.13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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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3일 호주 케빈 러드 총리가 선주민 박해 등 국가적 범죄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wikimedia.org
2008년 2월 13일 호주 케빈 러드 총리가 선주민 박해 등 국가적 범죄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wikimedia.org

1905~70년 66년 간 호주 정부는 선주민과 백인 혼혈 아이들을 가족ㆍ부족 품에서 떼어내 집단 교육시설에 강제 수용, 교육을 통해 백인화했다. 그렇게 국가에 의해 유괴 당해 선주민 정체성을 탈색 당한 10만여 명을 ‘도둑맞은 세대(The Stolen Generation)’라 부른다.

노동당 정권 총리 케빈 러드(Kevin Rudd, 1957~)가, 저 국가적 범죄행위를 끝낸 지 38년 만인 2008년 2월 13일 공식 사과했다. 러드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먼저 우리는, 이 땅의 선주민들과 그들이 지켜온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문을 연 뒤 국가의 범죄 즉 그들 부족과 문화에 가한 모욕과 멸시를 ‘역사의 오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도둑맞은 세대’및 그들 가족ㆍ부족에게 “과거 의회와 정부가 법과 정책으로 깊은 슬픔과 고통과 상실을 안겨준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미래는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과거의 불의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 미래는 모든 호주인이, 선주민과 비선주민 사이의 격차, 기대수명과 교육수준 고용률 등 경제적 기회의 격차를 메우는 노력을 통해, 그리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문제를 극복하며, 더불어 책임 지려는 노력을 통해 열릴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 동등한 파트너로서 이 위대한 나라 호주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해와 문화말살의 역사에 대한 국가 사죄와 보상 요구는 원주민과 국내외 인권단체들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됐다. 1995년 노동당 폴 키팅 정부는 청문회와 피해 조사를 벌여 97년 실태 보고서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며(Bring Them Home)’를 발표했다. 개별 주와 자치령은 보고서 권고에 따라 각기 사과하거나 배상기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어 집권한 보수당 자유당 정부는 선주민 보상 요구를 우려, 공식 사과 대신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노동당 총수 러드는 2007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선거기간 약속했던 저 국가 사죄를 실천했다. 대신 정부 차원의 보상은 불가하다는 자유당의 합의 조건에 따라, 직접 보상 대신 생활수준 및 보건 개선 약속으로 대체했다.

호주 정부는 2008년 격차 해소 7대 과제를 선정해 10년 간 약 28조원을 투입했지만, 구조적 차별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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