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습폭설 107편 결항ㆍ회항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번째
주활주로 눈치우려 폐쇄될 때
보조 활주로 길이 짧아 무용지물
지형 특성상 옆바람도 한 몫
8일 제주공항에 또다시 폭설이 내려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이날 오전 한국공항공사 제설차량들이 활주로의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새벽 4시부터 제주국제공항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발은 더욱 거세졌고 제주공항 활주로에도 눈이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 예상치 못한 기습폭설이었다. 폭설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6시35분 제주공항에서 첫 출발 항공편인 아시아나 OZ8900편을 시작으로 항공기들이 줄줄이 멈춰 섰다. 결국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2시간30분 동안 활주로 운영을 중단하고 제설작업에 들어갔다. 활주로가 폐쇄된 2시간30분간 항공기 42편이 결항했고 50편이 지연됐다. 15편은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같은 시간 제주공항 여객청사에는 대기 승객 수 천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활주로 운영이 재개된 뒤에도 앞서 무더기로 결항ㆍ지연된 항공기들로 인해 순차적으로 운항할 예정인 항공편의 결항ㆍ지연도 뒤따르면서 이용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제주의 하늘길이 불안하다. 폭설과 강풍 때마다 결항과 지연을 반복, 모처럼 설렌 여행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폭설로 인한 제설작업으로 제주공항 활주로가 폐쇄된 것은 1월 11일, 2월 4일과 6일에 이어 올 들어 벌써 4번째다. 제주공항은 앞서 2016년 1월에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로 인해 1월 23일 오후 5시50분부터 1월25일 오후 2시48분까지 약 45시간 공항활주로가 폐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사흘간 항공기 528편이 결항되면서 관광객 9만 명이 제주에 발이 묶여 체류객들이 공항 바닥에서 노숙을 하는 등 대혼란을 겪었다.

폭설이라는 기상요인 외에도 시설 구조 문제와 바람 등의 변수도 있다.

현재 제주공항 활주로는 주 활주로(길이 3,180m, 폭 45m)와 보조 활주로(길이 1,900m, 폭 45m)가 교차해 있다. 하지만 보조 활주로는 길이가 짧고 민가와 접해 있어 중대형기는 착륙이 불가해 사실상 단일 활주로나 다름없다.

결국 폭설로 활주로 결빙이 발생하면 제설 작업을 위해 주 활주로를 폐쇄, 사실상 공항은 마비된다. 제주 제2공항이 생기기 전까지는 주활주로가 폐쇄되면 하늘길을 통해 제주를 벗어날 방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활주로가 2개인 김포공항인 경우 한쪽 활주로를 폐쇄해 제설작업을 하는 동안 다른 한쪽 활주로는 이용할 수 있다.

제주의 강풍도 항공기 결항ㆍ지연 운항의 원인이다. 제주공항 주 활주로는 동서 방향으로 시설되어 있어 항공기가 대부분 옆면으로 바람을 맞아 좌우로 흔들려 이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한라산이 남쪽에 위치해 있고 반대편으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제주공항의 지형적 영향으로 해풍과 육풍이 교차해 항공기 이착륙시 위험요인이 되는 윈드시어(난기류)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제주연구원 김태윤 선임연구원의 발표한 ‘제주국제공항의 기상요인 항공기 결항 특성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공항에서 기상요인에 의한 항공기 결항은 2014년 2,333편으로, 이 중 바람에 의한 결항은 555편(41.6%)에 달했다. 2015년도에도 바람에 의한 결항은 367편으로, 전체 기상요인 결항(661편)의 절반이 넘는 55.5%를 차지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공항 중 동서 방향의 활주로가 있는 공항은 제주공항이 유일하다”며 “제주공항의 사례를 봤을 때 제주 제2공항의 활주로 방향은 기상에 의한 결항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북방향으로 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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