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보도자료 내고 “피해자 고통 간과” 사과

이현주 감독이 영화 '연애담'으로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SBS 방송 캡처

동료 감독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유죄를 선고받은 이현주(37) 감독이 영화계를 떠난다.

이 감독은 8일 보도자료를 내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 영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2015년 여성 감독 A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 받았다. 이 감독이 성폭력을 동료에 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자 그는 지난 6일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사과는 없고 치졸한 변명 뿐”이라고 이 감독을 비판했고, 여론도 나빠졌다. 이 감독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며 젠더 이슈로 폭력의 문제를 희석하려 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감독은 “재판의 과정 안에서 저 나름의 아쉬움이 컸다”며 “이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도 저는 제 입장문을 통해 그것에 대해서 다시 이해 받으려 했다”고 부적절했던 대응을 반성했다.

이 감독은 “그 날의 일에 대해 전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그 날 이후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느꼈을 고통에 대해서 간과했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제 행동들은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줬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사과도 했다.

이 감독의 동료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자 온라인엔 그를 향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움직임이 일었다. 이 감독과 2016년 개봉한 영화 ‘연애담’에서 함께 작업한 조연출 감정원씨는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직접 글을 올려 “촬영 당시 이 감독의 폭력적인 언어와 질타를 넘어선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몇몇 사람들은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지 못했다”며 그의 폭력적인 언행을 폭로했다.

이 감독은 영화계에서 설 곳을 잃어갔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지난 5일 이 감독을 제명했고, 여성영화인모임은 ‘연애담’으로 이 감독에게 지난해 줬던 여성영화인상을 취소했다. 동성애를 다룬 ‘연애담’을 배급했던 인디플러그는 “무거운 책임과 반성을 전 직원이 공유한다”며 관객에 사과했고, 블루레이 디스크 전문 제작사 플레인아카이브는 이 영화의 블루레이 디스크 출시를 포기했다.

이 감독이 수학한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감독은 단편영화 ‘바캉스’와 ‘디스턴스’ 등을 연출했고,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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