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서 신뢰 상실” 관측도
호반건설 강남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우건설 인수전 전격 철수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득과 실이 분명한 손익계산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10배가 큰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겠다는 결단을 통해 호남 기반 중견기업에 머물던 호반건설이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점은 분명한 이득이다. 하지만 악재가 돌출하자마자 황급히 인수 의사를 접으면서 해외진출 등 사업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좁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 추진 과정에서 김 회장과 호반건설은 ‘탈호남’ 효과를 확실히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1989년 설립된 호반건설은 광주ㆍ호남 지역 임대주택 사업에 주력하던 중견업체였다. 2000년대 들어 ‘호반베르디움’ 브랜드를 내세워 판교ㆍ고양 삼송 등 수도권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업계 상위권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와 비교해 여전히 인지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쟁취하면서 한 달 이상 여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인수 과정에서 부각된 김 회장의 경영 철학과 탄탄한 호반건설의 자금력 또한 향후 국내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회장의 ‘무차입 경영’ 원칙과 “분양 중인 아파트의 누적 계약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90% 원칙’이 유명해지면서 국내 분양시장에서 상당한 신뢰도를 획득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호반건설 계열사 10곳의 연간 매출 6조원 중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정보까지 알려지면서 ‘알짜기업’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었다.

반면 이번 후퇴로 김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의 최종 목표로 세웠던 해외진출의 꿈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건설 사업은 환율, 국제유가 변동을 비롯한 사업 리스크가 큰 시장인데도 호반건설이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확인한 것만으로 쉽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 진출의 자질이라 할 수 있는 ‘인내와 도전정신’이 부족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에 뛰어든 국내 건설사들은 2013년 환율 문제 등으로 1조원 대의 손실을 입었지만 다시 도전해 피해를 거의 복구했다”며 “해외건설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일시적인 손실은 감수할 필요가 있는데 호반건설은 그런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선 호반건설이 대형 인수합병(M&A)에 뛰어들었다가 물러서는 모습을 반복하면서 M&A 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호반건설은 2015년 금호산업 단독 입찰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적어내 인수에 실패했으며, SK증권ㆍ동부건설 등 10여 곳의 인수전에선 본입찰 과정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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