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친. 링크드인

천정부지로 치솟던 비트코인 가격이 국제사회의 규제 움직임, 거래소 해킹 피해로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와중에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낸 대학생이 있다. 2016년 설립된 가상화폐 전문 헤지펀드(개인 자금을 모아 특정분야에 투자하는 펀드) ‘버질 캐피탈(Virgil Capital)’을 이끄는 중국계 호주인 스테판 친(21)이다.

4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설립하려고 대학까지 휴학한 친은 올 1월에만 헤지펀드 운용으로 12%의 수익률을 올렸다. 펀드 규모는 약 2,350만 달러(한화 257억 원)다. 하지만 같은 시기 비트코인 시장은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일본 코인거래소에서 발생한 580억 엔(한화 5,700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 등으로 시가 총액의 28%에 이르는 돈이 증발했다.

시장의 악재 속에서도 친이 돈을 번 비결은 단순하다. 바로 ‘차익거래(Arbitrageㆍ상품을 싼값에 사들인 뒤 비싸게 되파는 것)’다. 그는 차익거래를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40여 곳의 거래 현황을 지켜보다가 거래소간 가격차가 생기면 즉시 거래를 진행하는 알고리즘 ‘텐진(Tenjin)’을 개발했다.

만약 A거래소에서 100원, B거래소에서 200원에 1비트코인(BTC)이 거래되고 있다면 텐진은 A거래소의 비트코인을 사서 B거래소에 되판다. 거래만으로도 100원의 차익이 생긴다. 만약 수수료로 10원을 떼여도 90원이 남는다. WSJ는 한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가상화폐 거품 논란이 일었던 지난 몇 달 동안 비트코인의 거래소간 가격차는 10% 이상 벌어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친이 차익거래로 거액을 손에 쥔 건 이런 형태의 거래가 비트코인 시장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은 개개의 블록들로 구성된다. 블록 하나는 일종의 ‘장부’ 역할을 한다.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이 시장에 참여한 모든 거래자에게 발송된다. 여기에 필요한 시간은 10분. 즉 실시간 거래가 아니다 보니 거래소마다 매매, 매수 가격에 차이가 발생한다. 그는 이 점을 노린 것이다.

WSJ는 한 트레이더의 말을 인용해 “더 많은 헤지펀드와 기업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 같이 쉬운 차익거래의 시대도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친은 “(과거) 비트코인 시장은 엄청나게 비합리적이었다”며 “지금은 정정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지더라도 돈을 계속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비트코인 거래의 60~70%가 해외에서 이뤄지는 특성상 대규모 이익을 끌어내긴 어렵다.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르면 연간 누계 5만 달러(약 5,400만 원), 또는 건당 3,000 달러(약326만 원)를 초과하는 자본 거래는 신고 대상이다. 이를 어길 경우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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