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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헌 내로남불

입력
2018.02.06 15:3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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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에서 모든 정당 후보들은 2018년 지방선거에 맞춘 개헌안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바탕이었다. 개헌안의 내용은 각기 달랐지만 가장 가까운 전국선거와 동시에 치른다는 원칙에는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말을 바꿨다.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은 개헌안 국민투표와 지방선거를 엮으면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이 홍 대표와 한국당의 변심을 비난하지만 여당 또한 그리 떳떳한 입장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분권형 정부 개헌을 주장했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임명하는 총리가 각기 외치와 내치를 분담하는 이른바 혼합형 정부(이원집정부제)를 꼽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제시하자 일사불란하게 입장을 선회했다. 권력구조 합의가 어렵다면 기본권과 지방분권 개헌으로 가자는 문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도 입을 다물어 ‘청와대 2중대’라는 비난까지 샀다.

▦ 개헌에 대한 입장 변화는 국민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혼합형 정부에 대한 선호(46%)가 대통령제(38.2%)를 크게 앞섰지만 올해 1월 조사에서는 선호도 차이가 3.4%포인트로 좁혀졌다. ‘대통령 권력 견제’에 찬성하는 의견도 5개월 전 조사에 비해 11%포인트가 빠졌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에는 대체로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는 흐름에 비추어 박근혜 정부에서 정점에 달했던 제왕적 대통령제를 향한 비판 여론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정상화로 점차 수그러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민주당이 개헌안 당론을 채택하고 한국당도 조만간 자체 개헌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어서 지지부진하던 개헌 논의에 속도가 붙고는 있다. 하지만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여당은 정부 발의로 엄포를 놓고 있지만 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문턱도 넘을 수 없다. 야당은 권력구조 포함 개헌을 주장하나 내심 6월 개헌 무산을 노리고 있다. 여야가 ‘호헌세력’과 ‘사회주의개헌’의 프레임 전쟁에 몰두하고 ‘내로남불’ 타령만 하면서 6월 개헌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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