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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강추위 속 길고양이는 무사할까

입력
2018.02.06 15: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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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밀려오는 겨울은 길고양이에게 쉴 곳도 먹을 곳도 구하기 어려운 시련의 계절이다. 눈 속에 파묻힌 봉달이(노란 고양이)와 덩달이. 이용한 작가 제공
강추위가 밀려오는 겨울은 길고양이에게 쉴 곳도 먹을 곳도 구하기 어려운 시련의 계절이다. 눈 속에 파묻힌 봉달이(노란 고양이)와 덩달이. 이용한 작가 제공

길고양이를 정기적으로 돌보는 캣맘은 아니지만 친정집에 갈 때 고양이 캔 사료나 간식을 들고 간다. 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곳이라 골목 구석구석에 고양이들이 몸을 숨길 곳이 많아서인지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 한 회사 후배가 동물단체가 마련한 길고양이 겨울집 만들기 모임에 참가해 만든 스티로폼 재질의 박스를 얻었다. 직접 만들 손재주는 없는데 길고양이들에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제작을 부탁했다. 하지만 박스를 들고 길고양이가 사는 지역 몇 바퀴를 돌아도 놔둘 곳을 찾기 어려웠다. 사람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자니 해코지를 당할 거 같고 너무 외진 곳에 두자니 길고양이도 아예 가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하던 중 우연히 동네 캣맘을 만나 사정을 얘기했고, 자기 집 앞에 두면 된다며 흔쾌히 가져갔다.

서울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이 이르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반려견들도 추워서 산책을 나가기 꺼려할 정도인데 밖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친정집 주변 길고양이 가족은 올 겨울을 잘 버텨냈는지 걱정이 앞선다.

겨울은 특히나 길고양이에게 시련의 계절이다. 너무 추운데 온기를 느낄 때라고는 양지뿐이다. 그러다 보니 굴러다니는 스티로폼에 몸을 의지하기도 하고 문이 열릴 때 아파트나 연립주택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따뜻함이 남아 있는 자동차 엔진룸 속으로 몸을 누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에는 ‘길고양이가 들어오니 문을 닫아달라’는 문구가 붙는 등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엔진룸 속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먹을 만한 게 모두 얼어버린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물을 마시기 힘든데 겨울엔 더욱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눈과 얼음을 녹여 먹여야 한다. 음식물쓰레기, 캣맘들이 챙겨주는 캔사료도 금세 얼어버리니 먹을 수가 없다.

지난해 11월 겨울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국내 첫 협동조합 동물병원인 우리동생에서 열린 길고양이 겨울집 만들기 모임에서 참가자가 집을 만들고 있다. 동그람이
지난해 11월 겨울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국내 첫 협동조합 동물병원인 우리동생에서 열린 길고양이 겨울집 만들기 모임에서 참가자가 집을 만들고 있다. 동그람이

캣맘들은 길고양이들이 올 겨울을 잘 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쉽게 어는 습식사료 대신 건사료를 챙겨주고, 볏짚 등을 넣어 보온성을 강화한 집들을 만들어 놔주기도 한다. 길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겨울집에는 ‘길고양이도 같이 살아가는 이웃’,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치우겠다’ 등의 문구를 함께 부착한다. 자동차, 사료 업체들도 자동차 엔진룸에서 잠을 청한 길고양이들이 자리를 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운전자들이 자동차를 타기 전 ‘똑똑’ 두드리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예전보다 길고양이를 위하는 관심과 손길은 늘어나고 있지만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며 겨울철 길고양이의 죽음이나 사고를 막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길고양이와 사람과의 공존을 위해 길고양이를 전문으로 찍는 사진작가 이용한 씨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최근 발간한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길고양이가 원하는 건 “매일 자기를 위해 찾아오는 캣맘의 발자국 소리와 따뜻한 눈맞춤”이라며 “그것들이야말로 길고양이들에겐 더없이 큰 힘이자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본다면 특별한 뭔가를 해주지 못하더라도 “견뎌내라”고 “대견하다”고 마음 속 응원이라도 해주는 건 어떨까.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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