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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제학]한국에서 와비파커 비즈니스는 불가능

입력
2018.02.03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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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미국에서 안경은 워낙 비싸니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으면 몇 개 만들어오라”

미국에 거주할 당시 주위에서 항상 들었던 말이다. 미국에선 안경 가격이 워낙 고가여서 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특히 시력 처방전을 받기 위해 안과에 다녀와야 하고, 렌즈를 맞추고 완성된 안경을 받기 위해 안경점에 적어도 두 번은 가야 하는 등 번거로운 것도 한몫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유통망을 뛰어넘어 직접 안경을 제조, 온라인을 통해 직접 고객에게 거품을 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와비파커의 전략은 충분히 먹힐만했다. 와비파커에게 미국 시장은 비즈니스 기회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안경을 실제 써보지도 않고 사진만 보고 살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도 안경점에 가서 일일이 안경을 써보고 사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일단 얼굴에 맞춰보아야 어울리지는 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비파커의 핵심 서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간극을 연결했다는 데 있다. 와비파커는 고객의 스타일에 맞춘 추천 샘플 5개를 먼저 보내주고 그중에서 고르게 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믿음을 줬다. 95불이라는 단일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든 게 결정적이었다.

와비파커의 혁신 모델이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것인가는 의문이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경테와 렌즈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와비파커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는 이뤄질 수가 없다. 와비파커의 비즈니스 방식이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답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의료기사법 12조 5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을 통해서 판매하는 게 금지돼 있다. 안경테나 도수가 없는 선글라스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

도수가 있는 안경은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반드시 안경사의 지도를 받아 구매해야 한다는 게 규제의 이유다. 스타트업의 불모지라는 우리나라의 악명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현재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온라인을 안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규제가 풀리면 와비파커의 비즈니스 모델은 충분히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온라인에서 안경 샘플을 골라 집에서 3~5일 착용하며, 어울리는지 판단한 후 안경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안경점에서 30분 정도 서성이며 안경사에게 안경이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묻지 않아도 된다. 안경사의 칭찬이 안경을 팔려고 하는 건지 실제 어울려서 말하는 건지 구별해내기 위해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국내 안경시장의 서비스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없지는 않다. 소프트웨어기업 이스트소프트는 고객의 얼굴형을 머신 러닝으로 입체적으로 분석, 최적의 안경모델을 찾아주는 ‘버추얼 피팅’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규제로 인해 소비자가 집에서 착용해볼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AI)이 골라주는 시대는 열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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