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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21세기에도 여전한 반면교사, 대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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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21세기에도 여전한 반면교사, 대공황

입력
2018.02.02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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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세계 1929-1939

찰스 P. 킨들버거 지음・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발행・493쪽・1만9,800원

역사 해석은 끝없이 변주된다.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영국 사학자 E. H. 카의 말처럼, 과거는 끊임 없이 변화하는 현재의 시각에 따라 늘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 되기 때문이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Great Depression)’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끝없는 해석의 변주를 부른 의미심장한 역사 중 하나다.

‘대공황의 세계 1929-1939’는 미국의 뛰어난 경제학자이자 역사가인 찰스 P. 킨들버거(1910~2003)가 1971년에 써낸 책이다. ‘마셜플랜’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한 걸로 유명한 저자는 1981년까지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혔다. ‘국제경제학’ ‘경제 강대국 흥망사’등 3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경제학도의 필독서로 꼽히는 명저 ‘광기, 패닉, 붕괴(Manais, Panics and Crashes)’를 출판한 게 1978년이니까, 이 책은 그에 앞서 경제공황과 금융위기에 관한 저자의 통찰이 본격적으로 무르익는 시점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1930년대 대공황을 일으킨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학문적 여정이다. 아울러 ‘대공황이 왜 그렇게 광범위한 지역을 강타했으며, 왜 그토록 심각했으며, 왜 그리도 오랫동안 이어졌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도 찾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흔히 ‘킨들버거 함정’이라는 말로 함축된다. 저자의 이름을 딴 ‘킨들버거 함정’은 국제관계에서 새로 등장한 패권 국가가 기존 패권국이 가졌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때 재앙이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킨들버거의 대공황 무대에 등장하는 기존 패권국과 새 패권국은 각각 영국과 미국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킨들버거와 달리, 대공황의 우연성에 주목한다. 부문별 악재가 ‘우연히’ 겹치면서 위기가 심화했고, ‘우연히’ 1929년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공황이 점화했다는 식이다. 반면 킨들버거는 대공황을 국제적 차원에서 조명하면서 제1,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세계 경제의 리더 국가가 실종된 게 대공황을 부르고 심화시켰다고 본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영국이 세계경제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리더 국가라는 건 자유무역의 파수꾼으로서 자국 시장을 개방적으로 유지하고, 금본위제를 통해 안정적인 환율 시스템을 지켜냈다는 의미다. 또 각국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위기 시 자본의 최종 대부자 역할도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영국이 기울며 새로 부상한 미국은 리더로서 ‘전체적 이익을 위해 자기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없었다.

킨들버거는 당시 미국이 경제적 리더십을 외면한 대표적인 사례로 보호무역법인 ‘스무트ㆍ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킨 걸 들었다. 이 법으로 관세율은 100년 이래 최고 수준인 59%에 달했고, 프랑스 등 여타 국가들의 관세 보복을 초래해 세계 교역규모가 수년 내에 6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이로 인한 각국의 평가절하 경쟁으로 국제 통화 시스템의 불안정이 초래돼 대공황의 심화와 확산을 불렀다는 얘기다.

이 책은 1930년대에 벌어진 대공황을 30여 년이 지난 1971년에 새삼 재조명한 것이다. 그 쉽지 않은 재해석을, 다시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새로운 번역으로 읽어봐야 할 이유는 뭘까. 공황 가능성은 오늘도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또 중국의 부상에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으로 대응하며 경제 리더십을 외면하는 듯한 미국의 오늘이 ‘킨들버거 함정’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엄연한 ‘현재성’을 확보하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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