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효의 이미지 제주(52)]3일 제주 탐라국입춘굿에서 '철갈이' 재현

뱀을 형상화한 제주 칠성

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들이 소망을 기원하곤 한다. 대부분이 가족의 건강과 화목, 부귀영화 등을 바라는데 신(神)들의 고향이라는 제주에서는 마을의 신당이나 집안 곳곳에 좌정한 것으로 알려진 신들이 그 기원의 대상이다.

특이한 것은 칠성이라 하여 뱀을 신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 신화에서 뱀은 재물을 지키고 소원을 들어 주는 가신(家神)으로 형상화된다. 풍년을 들게 하고 부(富)를 일으키는 칠성을 모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집 안에서 곡식을 저장하는 방인 ‘고팡(庫房)’에 모시는 ‘안칠성’과 집 뒤 장독 곁에 모시는 ‘밧칠성’이 있다. 안칠성을 ‘안할망’ 또는 ‘고팡할망’, ‘밧칠성’을 ‘뒷할망’이라 부르기도 한다.

안칠성에 대한 제의는 명절이나 제사 때 메와 채소 등을 차린 제물을 고팡의 쌀독 뚜껑 위에 차려 놓고, 수저를 메밥에 꽂는 것으로 간략하게 행해진다. 별도의 의례가 아닌 명절과 제사 때 함께 진행한다.

종이로 만든 칠성
밧칠성을 모시는 칠성눌
칠성눌을 대신하는 칠성돌.

한편 밧칠성을 모시는 공간을 ‘칠성눌’이라 부르는데, 땅 위에 기왓장을 깔고 그 위에 오곡의 씨를 놓은 뒤 비가 새어 들지 않도록 새(띠)로 만든 ‘주젱이(주저리)’를 덮어 모시는 형태다. 밧칠성은 매년 정월 초에 새롭게 갈아엎는데 이를 ‘철갈이’라 부른다. 철갈이는 계절을 바꾼다는 의미로 심방(무당)이 칠성눌 앞에 가서 칠성본풀이와 축원을 하고 칠성눌을 교체한다. 매년 주젱이를 만드는 일이 번거롭다고 여긴 일부 지역에서는 돌로 만든 함으로 이를 대체했는데, 이를 칠성돌이라 부른다.

안칠성과 밧칠성 등 칠성신앙의 사신(蛇神)인 칠성이 태어나서 칠성신으로 좌정하기까지의 내력은 ‘칠성본풀이’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장설룡 대감과 송설룡 부인의 아기씨가 중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쫓겨나 제주도 함덕리 바닷가로 올라오게 된다. 무쇠상자 속의 아기씨와 일곱 딸은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잘 모신 해녀(잠수)와 어부들이 부자가 되자 마을 사람들이 이후 너나없이 칠성을 모시기 시작한다. 이에 함덕리 본향당신인 서물할망과 갈등을 겪게 되자 칠성은 어쩔 수 없이 제주성 안으로 들어가 막내는 밧칠성, 어머니는 안칠성으로 각각 좌정하여 곡물을 지켜 사람들을 부자가 되게 해주는 신이 되고, 나머지 딸들은 추수지기, 형방지기, 옥지기, 과원지기, 창고지기, 관청지기 등으로 각각 좌정한다. 그 뒤로 칠성은 제주도에서 너나없이 모시는 신으로 확장된다.

칠성새남굿의 상차림 칠성차롱.
인간의 죄를 대신하는 허멩이 답도리

칠성본풀이에서는 농사를 잘되게 해서 집안의 항아리마다 곡식이 가득 차게 해 달라고 빌거나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기원과 함께, 칠성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제주도 사람들은 뱀을 보면 좋지 않은 징조로 여겨 피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뱀을 직접 죽이거나 남이 죽이는 모습을 보기만 하더라도 부정을 타서 몸에 병이 나는 등 벌을 받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칠성새남굿’이라는 치병굿을 해야만 낫는다고 여겼다.

칠성새남굿의 상차림을 보면 채롱(채그릇)에 쌀을 깔고 칠성신상과 계란, 술잔 등을 함께 올렸다. 칠성신상은 백지를 꼬아 먹으로 칠성의 모습을 그려 넣은 형태이고, 계란은 뱀이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반드시 함께 올린다. 이를 칠성차롱(채롱)이라 부른다. 그리고는 굿을 통해 자신은 잘못이 없고 허멩이라 불리는 허수아비의 잘못이라며 허멩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허멩이를 문초하는 과정을 허멩이놀림 또는 허멩이 답도리(잡도리)라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제주에서 뱀은 재물과 소원을 들어주는 신의 모습과 함께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 몸에 병이 나게 하거나 집안이 망하는 등 이중적 성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아먹는 뱀의 모습을 보면서 곡식을 지켜 부자를 만들어 준다는 이미지가 형상화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재물의 신 칠성에게 올 한해 풍요를 기원하는 철갈이 의식이 2월 3일 제주목관아에서 열리는 ‘2018 무술년 탐라국입춘굿’ 행사에서 재현될 예정이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칠성눌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참고로 올해 탐라국입춘굿은 2월 2~ 4일 제주목관아를 비롯한 제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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