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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효명세자빈 죽책'...130만원에 팔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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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효명세자빈 죽책'...130만원에 팔릴 뻔 했다

입력
2018.02.01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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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돌아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프랑스에서 돌아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지난해 6월 프랑스 경매회사 타장의 경매에 대나무쪽에 글을 새긴 조선시대 죽책(竹冊) 한 점이 나왔다. 프랑스인 소장자가 제시한 경매 시작 가격은 1,000유로(약 132만원). 소장자도, 경매회사도 별 가치가 없는 고미술품이나 생활용품 정도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당시 소장자는 죽책에 “조선시대 결혼식 때 사용한 물건”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가 타장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죽책을 발견했다. 해외 경매에 나온 한국문화재를 뒤지던 중이었다. 죽책의 글을 사진으로 판독했다. 심상치 않았다. 전문가들에 의뢰해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조선왕실과 국가의 주요 행사를 정리한 기록)를 대조했다. 엄청난 결과였다.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즉 조선왕실 유물이었던 것이다. 죽책을 비롯한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699점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이다.

재단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프랑스 정부에 경매 중지를 요청했다. “소중한 왕실 문화재이니, 한국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설득했다. 경매에 붙였다가 외국 고미술품 업자나 민간인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서다. 재단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가 도와주지 않을 경우 경매에 참여할 준비도 했다”며 “문화재매입평가위원회에서 낙찰가가 6억원을 넘겨도 반드시 구해 와야 하는 귀한 유물이라고 판정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다행히 경매 중지를 지시했다. 재단은 소장자와 가격을 협의해 죽책 구입가를 16만 유로(약 2억 1,000여만원)로 조정했다. 경매 수수료와 운송비 등을 합해 약 2억5,000만원에 죽책을 들여 왔다. 온라인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을 썼다. 죽책이 150여년만에 항공편으로 한국에 도착한 게 지난달 20일이다. 재단은 죽책을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

31일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죽책이 공개됐다. 6면짜리로, 6면을 모두 펼친 너비는 102㎝이고 높이는 25㎝다. 보존 상태는 좋은 편이다. 왕실 죽책은 왕세자, 왕세자빈, 왕세손 등을 책봉할 때 수여하는 문서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의 마지막 소장 기록은 1857년 작성된 강화도 외규장각 물품 목록인 ‘정사외규장각형지안’에 남아 있다. 죽책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와 함께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군 약탈 문화재 목록에 죽책은 들어 있지 않아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프랑스인 보석상이 죽책을 파리 고미술시장에서 구입해 손자에게 물려 줬다고 한다. 지난해 경매에 죽책을 내놓은 이가 손자다.

죽책의 주인공은 고종을 수렴청정한 ‘조대비’로 이름난 효명세자빈(1808~1890)이다. 그는 1819년(순조 19년) 세자빈에 책봉됐다. 요절한 효명세자가 익종으로 추존되자 신정왕후로 봉해졌다. 헌종이 그의 아들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프랑스에서 돌아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프랑스에서 돌아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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