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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삼성전자주, 이젠 누구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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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삼성전자주, 이젠 누구나 살 수 있다

입력
2018.01.31 17: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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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0대 1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한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삼성전자 50대 1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한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삼성전자가 31일 매출 240조원에 영업이익 53조원이란 경이적인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이후 재계에 또 하나의 ‘충격’을 선사했다. 사상 최초의 50대 1 주식 액면분할이다. 250만원에 이르는 높은 주가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던 삼성전자 주식을 누구나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증시가 들썩이고 있다.

별안간 액면분할로 돌아선 삼성전자

주식시장에서 끊이지 않았던 ‘황제주’의 액면분할 요구에 지난해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던 삼성전자는 분할로 급선회한 이유를 ‘급격한 주가 상승’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 설명했다. 2016년 말부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에 집중해온 주주환원 정책을 파격적 액면분할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1월 100만원을 돌파한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6년 만인 지난해 3월 200만원을 뛰어넘었고 현재는 250만원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 1위 반도체가 이끄는 실적 증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 액면분할을 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일반 투자자는 점점 더 손에 넣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고 대부분 기관투자자다. 소액 투자자들은 보유가 힘들어 “외국인들만 고배당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50대 1 액면분할로 주가가 50분의 1로 낮아지면 소액 일반 투자자들의 주식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넓어진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난해 4조8,000억원을 배당하려던 계획을 상향해 잉여현금흐름(FCF)의 50%에 달하는 5조8,000억원 전액을 배당하기로 했다. 주당 기말 배당은 보통주 2만1,500원, 우선주 2만1,550원이다. 올해부터 3년간은 대폭 늘어난 매년 9조6,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액면분할이 완료되면 주당 배당금은 줄어들겠지만 배당 혜택을 누리는 투자자가 많이 늘어나게 된다.

시장 예측을 뛰어 넘은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공시는 주가를 흔들 수 있어 공시 직전까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말 꾸려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정현호 팀장(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 전에는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 보고 및 최종 승인도 거친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은 파급력이 워낙 커서 전문경영인들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아마도 논의 초기 단계부터 이 부회장과 협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액면분할에 요동친 주가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개인과 기관ㆍ외국인의 매매 공방 끝에 전 거래일보다 0.20%(5,000원) 오른 249만5,000원을 기록했다. 액면분할 발표 직후인 오전 9시 27분에는 270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개인투자자의 증가다. 250만원 안팎의 ‘황제주’가 5만원대 ‘국민주’로 탈바꿈하면서 개인들이 ‘쌈짓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주식 액면가를 10분의 1로 쪼갠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액면분할 결정(3월 3일) 이전 1년과 액면분할 이후(5월 8일~11월 2일)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21.7%에서 42.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6배 정도로 저평가됐는데도 워낙 ‘고가주’였던 터라 기관이나 외국인 등 거액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었다”며 “실적만으로는 추가 상승에 한계가 있던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도 살 수 있는 주식이 된다는 것 자체가 호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액면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도 액면분할 발표 전 28만4,900원(액면가 500원 기준)이었던 주가가 액면분할 이후 한때 45만원 선도 뚫었지만 현재 주가는 29만9,500원으로 되돌아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실적이기 때문에 불안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액면분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주총회 이후 4월 25일부터 신주 변경 상장일(5월 16일) 전까지 거래를 정지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 경우 코스피200 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성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코스피 200지수에서 2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거래가 중단되면 지수 관련 상품 거래에도 혼란이 생긴다”며 “거래 기간을 줄여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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