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ㆍ세종병원 “전체면적 기준
1ㆍ2층 필요 없다” 주장하지만
건축법 시행령 35조에 따르면
꼭대기층 200㎡ 이상 땐 필수
“병원 등 자의적 법 해석” 비판
6일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불에 모두 타버린 세종병원 1층 모습. 밀양=전혜원 기자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사상자가 대규모 발생(190명)한 데는 1층 방화문의 부재(不在)가 컸다. 뻥 뚫려 있는 1층 중앙계단 출입구를 통해 유독가스가 2층 이상으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바람에 피해가 더욱 커지게 됐다는 게 현재까지 조사 결과다.

1층 방화문 설치가 의무사항인지를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병원과 관리감독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동시에 ‘1층은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는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한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 발생(26일) 직후 병원 건축물 허가를 맡고 있는 밀양시 측은 “세종병원은 1층 방화문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병원이 당연히 갖추고 있었어야 할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밀양시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함으로써 화를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 내놓은 답이었다.

근거는 건축법 시행령 46조다. 전체 면적이 1,000㎡가 넘는 건물은 3층 이상 층마다 ‘방화구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적시돼 있는데, 전체 면적이 1285.69㎡인 세종병원은 3층부터 설치하면 된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실제 5층 건물인 병원은 2층부터 모두 방화문이 설치돼, 화재가 났을 때도 모두 닫혀있었다.

전문가들 얘기는 다르다. 방화문 설치 조건이 적시된 같은 법 시행령 35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5층 이상 건물에 대해 맨 꼭대기 층 바닥면적이 200㎡가 넘을 경우 반드시 ‘피난계단’을 설치해야 하고, 특히 건물 1층에 방화문을 달도록 하고 있다. 불이 1층에서 날 경우 위층까지 화염이나 연기가 올라가 대피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해, 고층 건물에 특히 추가 의무 사항을 둔 것이다. 마지막 층(5층) 바닥면적이 224.69㎡인 세종병원은 이 조항대로라면 분명 1층에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실제 2005년 병원이 밀양시에 제출한 설계도면을 보더라도 1층 중앙계단 출입구 쪽으로 ‘방화문’은 분명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문을 표시한 기호 위에 ‘갑’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는데, 이는 ‘갑종 방화문’을 뜻하는 것으로 건축법상 건물에 설치해야 하는 방화문 중 열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닫히는 건 물론 1시간 이상을 버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설계도면과 달리 화재 때 1층에는 방화문이 없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세종병원은 1층에도 방화문을 설치하는 게 맞다”며 “조항 하나만을 근거로 내밀면서 설치 대상이 아니라고 빠져 나가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경찰 역시 이와 관련 세종병원의 불법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문 미설치를 포함해 당연히 지켰어야 할 건축법 등을 어긴 게 있는지 총체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며 “병원 측 주요 피의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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