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공작에 국세청 동원된 건 초유의 일”
지난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MB)정부 시절 국세청의 국가정보원 공작 지원 의혹과 관련해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이 ‘초유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MB 정부 시절 국정원의 대북 공작금 유용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30일 압수수색했다. 이 전 청장은 국정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음해공작인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 등을 도운 대가로 국정원의 대북 공작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사무총장은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세청에 오래 근무했지만 국세청이 나서서 공작을 하는 데 직접 동원된 건 아마 이게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등은 2009년 8월 이후 10억원대 대북 공작금을 빼돌려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해외에서 떠도는 풍문성 비리 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엔 ‘데이비슨’, 노 전 대통령은 ‘연어’라는 작전명이 붙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슨’은 김 전 대통령을 뜻하는 DJ의 ‘D’를 따서, 연어는 노 전 대통령의 해외 비리를 증언해 줄 관계자를 국내로 송환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붙인 명칭으로 추정된다.

안 사무총장은 “기업이 (끼어) 있거나 해외 자금 흐름을 보는 게 국정원 차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래서 이 부분이 국세청을 동원해서 아마 봐야 됐을 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추정했다. 이어 “보통 일반적으로 정당한 일이면 (국세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면 다 해 주게 돼 있다”며 “일반 특수활동비와도 다른 대북특수공작비를 유용해서 국세청장한테 돈을 건네고 국세청 조직을 이용해 음해 공작을 했다는 건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사무총장은 이현동 전 청장을 “MB 정부 최고의 인사 수혜자이자 신데렐라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3급 국장에서 국세청장까지 오르는 데 2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 있었던 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MB 정부 때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을 거쳐 2010년 국세청장으로 임명돼 MB 정부가 끝날 때까지 재직했다.

국세청은 4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 다스 본사로 조사원 40여 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파일을 확보하는 등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5일 다스 본사 입구로 직원이 들어가는 모습. 경주=연합뉴스

안 사무총장은 이 전 청장이 MB가 실 소유주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다스의 상속세 물납 특혜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2010년 다스의 최대주주였던 MB의 처남 김재정씨가 사망하자 부인 권영미씨가 다스의 소유자가 돼 상속세 415억원을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한 바 있다. 안 사무총장은 “상속세 신고와 물납하는 과정들이 수상하다”며 “MB의 처남과 (이 전 청장이) 학교 선후배간으로 아주 가까웠다는 소문들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에 아직까지도 그 당시의 (특혜 논란) 내용들하고 연결돼 있는 내부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청장의 서울 종로구 자택과 강남구 세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 중에는 이 전 청장 외에 다른 전직 국세청 간부들도 포함됐다.

안 사무총장은 국세청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가장 폐쇄적인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국세청을 일반 국민들이 당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강구돼야 한다”며 “진정한 개혁은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사무총장은 동화 제목 ‘플랜더스 개’에서 이름을 따온 시민운동 ‘플랜(plan)다스의 계(契)’를 이끌고 있다. 다스의 실 소유주를 찾아내자는 일종의 모금운동이다. 3주 간 150억원을 모금해 화제가 됐으나 이 돈으로 다스의 주식을 살지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이현동 전 국세청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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