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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서비스로 환자 모아 ‘콩나물 병실’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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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서비스로 환자 모아 ‘콩나물 병실’로 내몰아

입력
2018.01.30 2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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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불법 여부 주목

일반병원ㆍ요양병원ㆍ장례식장까지

함께 운영돼 편리해서 유명세

병상 늘어 1인당 공간 4.6㎡ 불과

환자들 대피 방해해 피해 키워

요양보호사 월급 대폭 삭감

저렴한 간병비도 인기에 한몫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발생 이틀째인 27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이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밀양=전혜원 기자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발생 이틀째인 27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이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밀양=전혜원 기자

화재로 사상자만 190명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이 의료, 요양, 장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제한된 공간에 병상을 무리하게 늘려 환자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병실 내 대피 경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 이번 화재에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밀양시에 따르면, 효성의료재단은 2004년 3층짜리 건물을 인수해 ‘의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5년 건물을 5층으로 증ㆍ개축했고, 2006년에는 장례식장을 열었다. 재단은 2008년 3월과 7월 각각 ‘세종병원’(일반병원), ‘세종요양병원’(요양병원)을 허가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과 장례식장이 함께 있는 곳은 많지만 일반병원, 요양병원, 장례식장이 모두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병원은 밀양 지역에서 인기였다. ‘의료+요양+장례’가 한 곳에서 가능한 시스템이 그만큼 드물어서다. 세종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는 “보통 일반병원에서 머물다 요양병원으로 넘어가는데, 새로운 요양병원을 알아보는 것부터 의료기록 등을 옮기는 일까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며 “세종병원은 한 병원 아래에서 이동이 수월하고 장례식장도 바로 이용할 수 있어 특히 고령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마침 밀양시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 도시다.

저렴한 요양서비스 가격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요양병원 비용은 진료비와 간병비로 나뉜다. 통상 간병비는 한 달에 70만원 수준인데, 세종병원은 요양보호사 월급 수준을 낮게 책정하면서 간병비를 대폭 낮췄다고 한다. 밀양시내 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 월급이 160만~170만원인데 세종병원은 150만원 정도로 알고 있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월급(145만원)을 살짝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환자들 발길이 잦아지자 병원은 2008년부터 병상을 본격 늘려나갔다. 병실 7개에 병상 40개 수준이던 세종병원만 해도 불과 2년 만에 병실 16개에 병상 99개 수준으로 커졌다. 2014년에는 병실 18개, 병상 113까지 늘렸다가 2015년부터 병실 17개에 병상 95개를 유지하고 있다. 요양병원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몸집(현재 98병상)을 불려왔다.

병상이 느는 만큼 환자 1인당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병원 내 환자 1인당 평균 면적은 4.6㎡로 병상 간 거리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30~50㎝)라는 게 밀양보건소 설명이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의료법은 환자 1인당 면적을 6.3㎡ 이상, 병상 간 거리는 1.5m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오밀조밀’ 모여있는 병상 구조가 결국 이번 화재에서 대피를 방해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밀양소방서 관계자는 “환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인데, 여기에 병상마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대피나 구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경찰 역시 이 같은 환자 과밀 수용이 불법인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은 법이 개정되기 전(면적 4.3㎡, 거리 0.8m)에 병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조사를 통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밀양=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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