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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연체 한번에 저신용자 전락... '엉터리 평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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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연체 한번에 저신용자 전락... '엉터리 평가' 사라진다

입력
2018.01.30 16:4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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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이상 30일 이상

100만원 이상 3개월 이상으로

단기∙장기 연체 기준 완화

단기 연체 정보 1년만 활용

116만명 신용점수 상승할 듯

내년부터 등급제서 점수제 전환

직장인 황모(34)씨는 지난해 10월 신용등급이 3등급에서 7등급으로 무려 4계단이나 추락했다.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계좌에 미리 돈을 넣어두는 걸 깜빡한 탓에 카드값 29만원을 열흘 가까이 연체한 게 화근이었다. 대가는 컸다. 급전이 필요했던 황씨는 주거래은행에 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저신용자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황씨는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에서 시중은행 금리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연 15%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인신용평가 방식을 15년 만에 싹 바꾸기로 했다. 황씨처럼 한 번의 연체로 저신용자로 전락하는 등 현행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올 하반기부턴 2금융권에서 대출 받았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고, 연체정보 등록기준도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2003년 카드사태 이후 도입된 개인신용평가는 개인이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정해진 기간 안에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나이스신용정보 등 3개 신용평가회사(CB사)가 평가를 맡고 있는데, 평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체 실적, 2금융권 이용 여부와 같은 획일적 기준을 바탕으로 개인신용을 1~10등급(숫자가 높을수록 저신용자)으로 매기는 일괄평가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엉터리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평가체계의 공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올 하반기부터 연체 정보 등록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지금은 10만원 이상을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단기연체자로 등록돼 신용등급이 3~4등급씩 떨어지고, 5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장기연체자로 등록돼 7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전락한다. 하반기부턴 단기연체 기준을 30만원 이상을 30일 이상 연체했을 때로 완화하고, 장기연체 기준 역시 100만원 이상ㆍ3개월 이상으로 조정한다. 이번 조치로 장단기 연체자 218만명(지난해 말 기준) 중 12만7,000여 명의 연체 등록이 풀릴 것으로 금융위는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단기연체 이력정보 활용기간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할부금융과 같은 상거래 연체의 이력정보 활용은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간혹 연체했어도 기존 신용을 되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년에서 1년으로 대폭 줄어든다는 뜻이다. 오유정 금융위 사무관은 “이번 조치로 단기연체자 116만5,000여 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신용점수를 올리는 것도 수월해진다. CB사들이 연체실적 외 민간보험료 납부실적, 체크카드 실적 등 소비자에게 유리한 정보도 똑같이 반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체크카드 이용 실적을 CB사에 제출하면 최대 50점을 더 받을 수 있다. 1개 등급 올리는 데 70~80점이 필요한 걸 감안하면 1년 정도 꾸준히 체크카드 실적을 내는 것으로 고신용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10등급 방식의 신용등급제는 올 하반기 대형 시중은행의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전 금융권에서 1,000점 만점의 점수제로 전환된다. 같은 신용도로 볼 수 없는 300만∼1,000만명이 한 등급에 묶이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점수제 전환으로 240만명의 소비자가 연 1%포인트 수준의 금리 절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반기부터는 대출기관 종류가 아닌 대출금리 수준이 신용도 변동에 주요 기준이 된다. 시중은행 아닌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더라도 신용이 우량해 저금리 대출을 받았다면 신용도 하락폭이 대폭 줄어든다는 얘기다. 지금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평균 1.6등급 떨어진다. 이번 조치로 2금융권 중금리 대출자 41만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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