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국내에 출시한 메르세데스 벤츠 AMG E43(4MATIC)를 놓고,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차의 엔진(3.0ℓ V6바이터보)이 E클래스 최고급 모델인 E400과 같아, AMG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AMG는 벤츠 내 고성능 브랜드답게 전용 엔진을 한 명의 엔지니어가 책임지고 제작하는 전통을 고수한다. 여기에 E400은 세단 특유의 편안한 주행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AMG와 차이가 있다. E43이 AMG 배지를 달만 한 가치가 있는지 최근 시승해봤다.

외관은 E클래스 세단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는 한 구분이 어렵다. 내부도 스티어링휠이 원형이 아닌, 스포츠카에서 많이 사용하는 ‘D’자형으로 돼 있는 것을 제외하면 E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뒷좌석은 가슴을 보호해주는 팽창식 안전 벨트에, 개별 실내온도 설정이 가능한 3존 자동 조절기가 부착돼 있어 편안함을 선사한다. 형태로만은 AMG보다는 가족형 세단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좌우 허리를 감싸는 버킷 시트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면, 숨어있는 야성을 드러낸다.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솟구치는 가속력은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선 끝을 알 수가 없고, 예리한 핸들링은 스포츠카 그 이상이다. 공차중량이 1,915㎏의 세단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 하다.

놀라운 점은 주행모드가 연비를 위해 출력 등이 절제돼 있는 ‘에코모드’였다는 사실이다. 출력과 토크를 최대로 높일 수 있는‘스포츠+’로 맞추면 몸이 시트에 파묻혀 제로백(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린 시간) 4.6초를 느끼게 된다. E400과 같은 엔진을 사용하지만, 튜닝을 거쳐 출력을 68마력 높인 진가가 나타나는 것이다. 9단 변속기라, 속도가 올라가며 출렁이는 감도 거의 없다. 마니아들이 진정한 AMG라고 주장하는 4.0ℓ엔진을 쓰는 E63에 뒤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깎아내릴 주행능력은 절대 아니다.

반전은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에서도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스포츠카는 빠른 코너 주행과 고속을 즐기기 위해 노면에 바짝 붙어가기 쉬운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세팅돼 있다. 이로 인해 찾아오는 불편함은 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E43은 방지턱에서 완전히 감속하지 않아도 뒷좌석에서조차 불쾌한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노면과 주행방식에 맞춰 반발압력이 자동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이 충격을 걸러주는 덕이다.

코너를 돌 때는 유려한 움직임에 감탄사가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쏠리는 허리에 맞춰 시트 좌우 날개가 자동으로 팽창되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운전대를 거침없이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조수석도 같은 기능이 들어가 있다.

막히는 도심에선 시판 중인 차량 가운데 최고라는 반자율주행 기능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사용하면 스스로 앞차와 차간 거리를 유지해 운전의 피로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연비는 거친 주행과 시내구간 위주의 100㎞ 남짓 주행해 ℓ당 5.8㎞가 나왔다. 공인연비(복합)는 ℓ당 8.9㎞다. 가격(1억1,400만원)만 감당할 수 있다면 패밀리카와 스포츠카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부남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