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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에 고박사 아들도 눈물... '감빵'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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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에 고박사 아들도 눈물... '감빵' 뒷이야기

입력
2018.01.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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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에 출연한 배우 이규형(왼쪽부터), 박호산, 최무성, 정민성. CJ E&M 제공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에 출연한 배우 이규형(왼쪽부터), 박호산, 최무성, 정민성. CJ E&M 제공

tvN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감빵생활’)은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주인공보다 돋보였던 배우 박호산 이규형 정민성의 활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혀 짧은 소리를 내며 “OO를 쌈 싸 드셔”라고 말하는 문래동카이스트(박호산),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이라며 수감자 인권을 주장하던 고박사(정민성), 눈을 지그시 감고는 “아니~ 아니~”하며 할 말 다하는 해롱이(이규형)는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캐릭터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인지도가 없던 그들에게 ‘TV스타’라는 새로운 수식을 달아준 ‘감빵생활’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들에게 ‘감빵생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박호산(왼쪽에서 두 번째)과 정민성(왼쪽에서 세 번째)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각각 문래동카이스트와 고박사를 연기했다. CJ E&M 제공
배우 박호산(왼쪽에서 두 번째)과 정민성(왼쪽에서 세 번째)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각각 문래동카이스트와 고박사를 연기했다. CJ E&M 제공

고박사와 문래동카이스트, 눈물의 이별

“고박사, 잘 가!”

이감되는 고박사(정민성)를 향해 문래동카이스트(박호산)가 짤막한 인사를 건넸다. '감빵생활’에서 법률 용어를 줄줄 외며 수감자들의 인권을 대변하고, 야구스타 김제혁(박해수)을 쫓아다니며 매니저 역할을 톡톡히 하던 고박사가 홀연히 퇴장하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 한 박호산은 이 장면과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감빵생활' 10회를 시청하고 있는 한 소년이 나온다. 소년은 고박사가 이감돼 '2상6'방을 떠나는 장면을 보고 있다. 김제혁, 문래동카이스트, 해롱이, 장기수(최무성) 등 2상6방 수감자들이 나란히 서서 고박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문래동카이스트가 고박사에게 “잘 가”라고 인사하는 장면이 나오자, 소년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소년은 고박사를 연기한 정민성의 아홉 살 큰 아들이다. 자신의 아빠가 중도 하차하는 게 못내 아쉬워서였는지, 문래동카이스트의 마지막 인사에 감동해서인지 운 이유는 알 수 없다.

박호산은 "정민성이 보내준 이 동영상에 나도 마음이 찡하더라"며 또 다른 동영상을 보여줬다. 박호산이 정민성의 아들에게 보내는 영상이었다. 그는 "네가 우니까 아저씨도 눈물이 난다"며 똑같이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다. 박호산 역시 세 아들은 둔 아빠로서 정민성과 그의 아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리라.

이감되는 설정으로 하차한 정민성도 "실연 당한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박호산은 "이해할 수 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박호산은 정민성이 하차하던 날 쓸쓸하게 2상6방의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을 휴대폰 사진으로 남겼다.

"정민성이 신원호 PD의 '컷' 소리를 듣고 촬영을 마쳤는데도 창가에 한참을 서 있더군요. 그 긴 단역의 세월을 지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먼저 하차해야 하는 심정이 오죽하겠나 싶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을 겁니다. 제가 그 마음을 잘 알죠."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열연한 고박사 역의 정민성(왼쪽)과 야구스타 김제혁 역의 박해수. CJ E&M 제공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열연한 고박사 역의 정민성(왼쪽)과 야구스타 김제혁 역의 박해수. CJ E&M 제공

음치 박치 몸치 깨달은 고박사

정민성은 '감빵생활'을 통해 "내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교도소 내 노래자랑 때 부른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는 '감빵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음치에 박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감빵생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 달여를 노래방에 살며 '마이웨이'를 연습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았단다. 시청자들은 정민성이 음치인 척 연기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정민성은 "나는 원래 음치"라고 밝혔다.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족구를 하는 장면이었다. 목공소 반장 선거를 하는 설정에서 그는 또 한번 난관에 부딪힌다. 김제혁을 반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데 춤까지 춰야 했다. 김제혁과 동작을 맞춰 똑같이 율동을 해야 하는데 마음 따로 몸 따로였다. 제작진은 좀처럼 율동을 따라 하지 못하는 정민성을 위해 직접 율동 영상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 영상을 보고 춤 동작을 연습하라고 했다. 하지만 정민성은 ‘몸치 본능’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는 "하다 하다 안 되니 제작진이 아예 카메라 옆에서 동작을 같이 해줬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그러나 내 몸이 못 따라갔다. 결국 '편하게 하라'는 지시 아래 '막춤' 동작이 드라마에 담겼다"고 말했다.

정민성의 몸치 본능은 족구 하는 장면에서도 숨길 수 없었다. 날라오는 공을 받아 패스만 하면 됐다. 그러나 공을 엉뚱한 대로 보내는 바람에 수십 번의 NG를 냈다. 그는 "정말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서 내 자신이 한심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 PD는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는 듯이 그에게 웃으며 한 소리 했단다. "예상에서 전혀 빗나가지 않으시네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정민성의 난감했던 상황이 그려진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규형(왼쪽)과 박호산은 공연계에서 돈독한 선후배 사이다. CJ E&M 제공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규형(왼쪽)과 박호산은 공연계에서 돈독한 선후배 사이다. CJ E&M 제공

선의의 경쟁자, 해롱이와 문래동카이스트

박호산과 이규형은 공연계에서 꽤 이름 난 스타다. 두 사람은 2016년 2인 연극 '도둑맞은 책'을 함께 한 돈독한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 '감빵생활'에 캐스팅 된 것을 첫 대본 읽기 모임 때 알았다. 신 PD 등 '감빵생활' 제작진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서였다.

박호산은 이규형과 '도둑맞은 책'을 공연할 때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박호산은 SBS 드라마 '피고인'(2017)에 출연하기로 결정이 된 상태였다. 그는 앞서 SBS 드라마 '원티드'(2016)를 통해 양심 없는 재벌기업의 회장 함태섭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를 눈 여겨본 '원티드'의 제작진이 '피고인'의 부장검사 최대홍 역에 그를 추천했다.

당시 이규형은 박호산을 부러워했단다. 그는 박호산에게 "선배님, 어떻게 하면 TV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나요?”라며 묻곤 했다. 박호산도 우연한 기회를 통해 드라마 출연이 성사됐던 터라 이렇다 할 조언을 해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호산은 깜짝 놀랐다. 이규형이 tvN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더니, '비밀의 숲'을 통해 반전의 인물을 연기하며 호평을 받아서다. 박호산은 "워낙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 걱정이 없었다"면서도 "막상 '감빵생활'에서 만나니 자극이 되더라"고 말했다.

해롱이 역을 연기한 이규형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 연극인 '날 보러와요'를 통해 신 PD에게 캐스팅 됐다. 이 연극에서 이규형은 1인4역을 연기했다. 그 중 만취해 난동을 부리는 용의자 캐릭터가 '감빵생활'의 해롱이를 떠올리게 한다.

박호산은 "첫 촬영을 하는데 규형을 보고 더 놀랐다"며 "아예 작정을 하고 와서는 카메라를 무대 삼아 '놀더라'"고 말했다. 까마득한 후배의 열연에 선배 박호산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규형이한테 자극을 받게 되더라고요. 친한 선후배 사이지만 저 역시 잘하려고 더 노력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서로에게 자극이 돼가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감빵생활'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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