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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업계, 인간 상대로도 ‘배기가스 흡입’ 실험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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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업계, 인간 상대로도 ‘배기가스 흡입’ 실험 파문

입력
2018.01.3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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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젊은 남녀들에 소규모 실험 후

“아무 영향 미치지 않았다” 보고서 발표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 위험성 축소” 비판

2017년 8월 2일 독일 베를린의 교통부 청사 앞에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전시한 자동차 모양의 구조물 모습. “오염된 공기 대신 깨끗한 자동차”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8월 2일 독일 베를린의 교통부 청사 앞에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전시한 자동차 모양의 구조물 모습. “오염된 공기 대신 깨끗한 자동차”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 자동차업계가 차량 배기가스의 유해성 여부 조사 명목으로 원숭이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도 직접 가스를 들이마시게 하는 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독일 일간 슈투트가르트차이퉁(StZ)은 28일(현지시간)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의 대외비 내부문서인 ‘2012~2015년 활동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이들이 독일 아헨공대에 의뢰해 인체 대상 배출가스 유해실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EUGT는 폴크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만든 단체로, ‘디젤 차량이 환경 친화적’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각종 실험과 연구를 하다 지난해 해체됐다.

문제의 실험은 4주 동안 ‘건강하고 젊은 남녀’ 25명(남성 19명, 여성 6명)을 대상으로 2주 1회, 3시간씩 다양한 농도의 질소산화물을 흡입하도록 한 뒤,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UGT는 그 이후 2016년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아헨공대 실험 책임자는 StZ 신문에 “질소산화물은 디젤차 배출 오염물질의 일부에 불과하고, 배출가스는 실제로 노인과 아동, 임신부 등에게도 장기적으로 흡입된다”며 이런 소규모 연구결과를 토대로 ‘전체 인구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질소산화물에 대해 기관지염이나 천식, 호흡기 감염, 폐 기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라고 규정하면서 “질소산화물 노출은 심혈관계 및 호흡기 질환에 따른 조기 사망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폭로되자 독일 정부는 해당 업체들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슈미트 독일 교통부 장관은 “이것은 다시 자동차 업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가스 흡입 실험을 강력 비판한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이사회 일원이기도 한 슈테판 바일 니더작센 주총리(사회민주당)도 “터무니없고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민간 의학연구소인 LRRI가 EUGT의 의뢰를 받아 원숭이 10마리를 기밀실에 가둬 놓고 하루 4시간씩 자동차 배출가스를 맡게 하는 실험을 했다고 26일 보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논란이 잇따르자 실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폴크스바겐그룹은 “잘못된 행동과 일부 개인의 부족한 판단력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당시 택한 과학적 방법은 그릇된 것이며, 애초부터 그런 식의 실험은 포기하는 게 나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임러와 BMW는 자신들은 이 연구 자체를 몰랐다면서 가담 사실을 부인한 뒤 “그럼에도 불구, 비윤리적이고 충격적인 이번 일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독일 현지 언론들은 자동차 3사가 EUGT의 자금을 댄 것뿐 아니라, 운영이사 등을 맡으면서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점에서 해당 실험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간 빌트는 “내부 자료에는 폴크스바겐의 보스들이 원숭이 실험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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