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환자 120명인데
병원 상근 의사도 겨우 2명
법적 기준 6명의 3분의 1에 그쳐
위급 상황 발생시 인력 태부족
하루 1명 당직 의사도 못 채워
숨진 당직 의사도 외부병원 소속
지방 중소병원 인력난 만성화
정부 대책 없이 솜방망이 처벌만
밀양 세종병원 화재발생 이틀째인 지난 27일 오전 국과수, 경찰, 소방 등이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밀양=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지난 26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법적 기준보다 턱없이 부족하게 운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는 법이 정하고 있는 최소인력의 3분의 1, 간호사는 6분의 1에 불과했다. 이런 의료진 부족이 제때 사고 대처를 못하게 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시행규칙 제38조)상 세종병원과 같은 일반병원에 대해 진료인원을 기준으로 최소 의료인력을 정해놓고 있다. ▦의사는 일 평균 입원환자 수를 20명으로 나눈 수(외래환자 3명은 입원환자 1명 간주) ▦간호사는 일 평균 입원환자 수를 2.5명으로 나눈 수(외래환자 12명=입원환자 1명)에 해당하는 인력을 갖춰야 한다. 일반병원은 간호조무사 인력 운영에 관한 기준은 없다.

세종병원의 2016년 진료인원을 보면 일 평균 입원환자가 74.5명, 외래환자는 135.9명에 이른다. 이를 기준으로 한 필수 상근 의료인력은 의사 6명, 간호사 35명이다. 하지만 현재 세종병원 근무 인원은 의사는 2명(비상근 1명 제외), 간호사도 6명에 불과하다. 상근 의사 2명이 하루 평균 119.8명(외래환자 3명=입원환자 1명), 의사 1명당 무려 60명의 환자를 돌봐왔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7년 진료인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역 인구 변화 특성상 세종병원을 이용하는 인원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간호 인력 확보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간호조무사를 많이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병원은 일상적인 진료에서도 어려움을 겪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세종병원과 같은 병원들은 입원환자 200명당 필수 당직 인원으로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면 보통 상근 의사 외 당직의 인력을 구해 활용한다. 이번 사고로 숨진 당직 의사 민현식(59ㆍ밀양 행복한병원 정형외과장)씨도 평소 익숙하게 근무해온 공간이 아닌 곳에서 환자들을 구하려 애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또한 구조를 지체하게 한 신체보호대 착용이 많았던 것도 의료진 부족이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환자를 돌볼 절대 인력이 부족하면 남용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방 중소병원의 만성화된 인력 부족 문제가 곪아 있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복지부가 2016년 발표한 ‘시도별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 및 간호사수’ 자료를 보면, 서울은 인구 10만명 당 283.9명의 의사가 있지만 경남은 154.7명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호사도 경남(324.9명)이 서울(448.9명)에 한참 모자란다.

문제는 의료기관에서 인력 운용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고,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 개선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현재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인력 현황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사후 확인되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에만 영업정지 15일에 처하고 있다. 나영명 국장은 “세종병원처럼 노인들을 전문 치료하는 급성기 병원(일반병원)도 의사뿐 아니라 돌봄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고, 인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위급상황 시 대처가 가능하다”며 “현재 의료인력 기준을 환자 질환ㆍ특성ㆍ중증도에 따라 세부 인력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보다 실질적인 처벌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