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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은 순문학의 변방? 문학의 중심은 다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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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은 순문학의 변방? 문학의 중심은 다양해야”

입력
2018.01.26 18:3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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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작가연대 정소연 대표

척박한 환경 개선하려 단체 결성

“한국 작품수준 외국에 안 뒤져

작가가 존중받도록 만들겠다”

“SF작가로서의 정체성이 7할”이라는 정 대표의 생업은 변호사. 철저히 두 개의 영역의 구분했던 그는 “작품 창작과 번역에서 생업이 영향을 미친 적은 거의 없었지만, 연대활동을 하는 데는 밀접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SF작가로서의 정체성이 7할”이라는 정 대표의 생업은 변호사. 철저히 두 개의 영역의 구분했던 그는 “작품 창작과 번역에서 생업이 영향을 미친 적은 거의 없었지만, 연대활동을 하는 데는 밀접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토탈리콜’, ‘콘택트’, ‘마션’의 공통점은 SF(과학영화), 그 중에서도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란 점이다. 이 영화들을 포함해 ‘인터스텔라’ 등 우주,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해외시장 흥행과 상관없이 국내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영화 원작을 비롯해 과학소설(SF)은 ‘전 세계적 입소문’과 별개로 국내에서 마니아 문학, 요컨대 변방 취급을 당해왔다. 짧은 역사, 장르소설 중에서도 유독 진입장벽이 높은 특성, 비평의 부재가 맞물린 결과다.

국내 SF작가들이 이 척박한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처음으로 단체를 만들었다. 이달 4일 결성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Science Fiction Writers Union of the Republic of Korea)로 김이환, 김창규, 듀나, 바벨, 배명훈, 정세랑 등 작가 30여 명이 참여했다.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소연 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는 “SF가 순문학의 주변부로 보인다는 걸 10여년 간 글 쓰면서 느꼈다. 문학의 중심은 다채롭게 존재해야 한다. 문학의 중심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연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데뷔, 작품 발표 기회 등을 감안할 때) SF작가들의 사정이 열악하진 않아요. 오히려 SF작가, 판타지 작가라고 규정하는 권위자가 없기 때문에 순소설 작가보다 활동이 자유롭죠. 수입 면에서 열악한 건 맞지만 이건 예술가들이 다 열악하니까요.”

단편소설(shot story)과 장편소설(novel), 장르소설(fiction)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각자의 전문성이 존중 받는 해외 문학시장과 달리, 국내 문학시장에서는 단편, 장편 작가의 구분이 엄격하지 않고 순소설이 시장에서도 더 좋은 반응을 얻는다. 김훈, 황석영의 작품이 베스트셀러 목록과 국어 교과서에도 동시에 실리는,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이 동반상승하는 현상은 한국의 독특한 문학지형에서 가능하다는 말이다. 반면 장르소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과학소설은 마니아 문학으로 취급돼왔다. 시장도 작고, 한국 작가 수도 손에 꼽혔고, SF의 ‘지형도’를 그려줄 비평가는 전무했다.

정소연 한국과학소설연대 대표.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소연 한국과학소설연대 대표.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런 환경에서 정 대표는 SF를 어떻게 독학했을까.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죠. 고등학교 시절 칼 세이건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요(웃음). 영어경시대회에서 탄 상금으로 칼 세이건 원서를 샀는데 너무 어려운 거에요. 그래서 다시 산 원서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었어요.”

대학 입학 후 과외 아르바이트로 번 수입을 몽땅 SF 책 사는데 썼을 만큼 푹 빠져 지냈고 ‘덕질’은 번역과 창작으로도 이어졌다. 2005년 제 2회 과학기술창작문예에서 만화부문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 같은 해 그가 우리말로 옮긴 케이트 윌헬름의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가 출간됐다. “몇몇 한국 SF작가는 테드 창을 넘어섰다고 확신해요. 작품 수준은 뒤지지 않는데, 한국어라 (독자가 한정적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죠. 한국은 국교가 없는 나라인데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 때 성경에 손 얹는 개신교 국가잖아요. 이런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극복하기 어렵거든요. 한국 독자에게 한국 SF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죠.”

‘SF작가들의 활동지원’, ‘신진 SF작가 육성’ 등을 창립 목적으로 내건 단체는 앞으로 회원들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입력해 SF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SF작품 리뷰를 활발히 올릴 계획이다. 회원들이 공정한 계약 하에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회원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면 공동 대응키로 했다. 대표 임기는 2년. 그 동안 목표는 ‘작가가 존중 받는 사회 만들기’다. “기획자, 출판사, 영화 투자자의 생각에 창작자의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많았어요. SF작가가 창작자로서 존중받는 환경이 됐으면 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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