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공정정의 요구하며 남북 단일팀 반대
북한은 이미 다른 국가, 다른 민족으로 인식
복잡해진 대북정책 환경, 새로운 접근 필요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함께 뛸 북한 선수단에게 25일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 앞에서 처음으로 만나 꽃다발을 건네주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청와대가 많이 놀라긴 한 모양이다. 핵심 관계자의 입에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의 최종 모멘텀 마련에 다급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정하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는 말과 함께 ‘반성’ ‘세밀한 정책’ 등의 표현이 나온 걸 보면. 관계자의 말처럼 청와대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대의 앞에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과거의 틀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2030세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1990년 전후로 태어난 이들은 ‘헬조선’ 과 ‘N포세대’의 화신이다. 일자리의 질을 고민했던 기성 세대와 달리 최악의 취업경쟁에도 내몰려 있다. 이들에게 남북 단일팀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남이 아니었을 것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보면서 자라 북한에 대한 환상이나 부채의식도 없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구호를 외치고 대학 시절을 보낸 586 청와대 참모들에겐 북한이 통일의 길에서 만날 한민족일지 몰라도 청년세대엔 그저 불편한 이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수 있다.

흔히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2030세대의 반북 의식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인 의식 추적 조사에 따르면 북한주민을 한민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1996년 90.4%에서 78.8%, 68.9%로 10년 단위로 급격히 하락한다. 대부분의 시기에 젊은 세대의 반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2016년 조사에서는 2030세대의 63%만이 ‘북한주민을 한민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민족 정체성의 이완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통일에 대한 절실함도 예전만 못하다. 분단 한반도를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로 보는 통념이 ‘두 개의 민족, 두 개의 국가’로 분화하는 양상이라는 게 학계의 진단이다.

이념적으로는 이런 변화를 ‘안보 보수’의 확장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무차별적 핵ㆍ미사일 도발을 일삼은 북한 세습 정권과 이에 맞서 강경 대북정책으로 치달은 보수 정권을 적대적 대북 정서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역사를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반북 인식은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보수 야당이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했다고 환호한다면 오산이다. 청년세대의 반북 지향이 보수 진보의 이념 갈등에서 비롯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에 격렬히 항의하며 촛불의 도화선을 만든 이들은 공정과 정의의 깃발을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갖은 사연과 역경 가운데 스틱을 잡은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 한마디 없이 양보를 요구하는 기성세대의 권위주의 또는 관료주의에 공분했다. 반공이나 통일 같은 거대담론과도 거리가 먼 청년세대에 낡은 색깔론을 덧씌운다면 도리어 역풍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도 ‘2민족 2국가’ 인식이 호재는 아니다. 적어도 대북정책에는 상당한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당장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년세대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대북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옳기 때문에 대의에 동참해 달라’는 주문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한반도 평화 구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면 그 과정과 결과 또한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거액을 집어줬다는 과거 정부의 사례는 입에 올릴 수도 없게 됐다. 대북 정책의 환경이 복잡하게 변한 만큼 단순한 접근으로는 번번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드볼 폴리틱스’라는 게 있다. 대립과 갈등만 유발하고 양보와 타협이 없는 정치를 일컫는 용어로 보수와 진보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거듭하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에 적용하기 딱 알맞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거치면서 급류와 역류를 반복했던 대북정책 또한 하드볼 폴리틱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김정곤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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