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베 함께돌봄센터' 개관

결혼 실패 여성들 대부분 생활고
법률상담 등 후원 통해 자립 도와
현대차 10억 성금, 도서관 등 갖춰
25일 베트남 남부도시 껀터에서 열린 '한-베함께돌봄센터' 개소식에서 베트남 귀환 여성들과 자녀들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국으로의 결혼이주 여성 20%가 메콩델타 중심 도시인 껀터 출신이며, 적지 않은 수가 결혼에 실패해 한국인 국적의 아이들과 함께 돌아오고 있다.

25일 베트남 남부 껀터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접고 돌아온 베트남 여성과 그들의 한국 자녀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배우자를 구하지 못한 한국인 총각과 결혼했으나 다양한 이유로 이혼한 뒤 고국으로 돌아온 여성과 한국 국적 자녀들을 입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한-베 함께 돌봄센터’가 문을 열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전 한국군과 관련된 ‘라이 따이한’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결혼 실패 여성 및 그들의 다문화 자녀 문제가 한국ㆍ베트남 문제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귀환한 전 결혼이주 여성들은 평균 30대 초반이다. 평균 22세에 18년 연상의 한국 배우자를 만나, 평균 3년4개월간의 혼인 생활을 했지만 파경을 맞았다. 이 가운데 자녀를 둔 상태에서 이혼한 경우는 3,183건이며 가족 해체로 피해를 입은 ‘한ㆍ베트남’ 다문화 자녀는 확인된 숫자만 3,777명에 이른다.

이 같은 내용은 (사)유엔인권정책센터(KOCUNㆍ코쿤) 껀터사무소가 베트남 껀터여성연맹, 하우장성여성연맹과 공동으로 2016년 10월부터 작년 8월까지 실시한 귀환여성 및 한-베 자녀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귀환 여성들과 한국 여권을 가진 자녀들 상당수가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적지 않은 비율의 귀환 여성이 무직이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 탓에 결국 고향을 등진 경우도 많고, 일하는 하는 경우에도 75% 이상은 자녀를 친정에 맡긴 채 고된 노동을 한다. 게다가 복잡한 이혼 절차 때문에 30% 가량은 여전히 서류상 혼인 상태여서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자녀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베트남 국적 어머니와 귀환했지만 80%가 한국 국적이다. 베트남 정부가 제공하는 취학, 정규 교육 등의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돌봄센터’는 부족하지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정진성 코쿤 대표는 “한-베 다문화 가정을 통합 지원하게 될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베트남의 ’다름’ 속에서도 ‘조화’의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 티 화 베트남 중앙여성연맹 부주석은 “한ㆍ베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도움을 준 한국 측에 감사 드린다”며 “한ㆍ베 양국 우호협력관계를 증진하는 데 기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돌봄센터는 보건대학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해 2,800㎡의 대지에 건축면적 2,100㎡(2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어린이 도서관, 한국요리 실습실, 강의실 등이 마련됐으며, 3개의 상담실로 구성된 가정법률상담소도 이날 함께 문을 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총 10억4,000만원을 후원한 현대차의 이용석 아태지역본부장은 “베트남 귀환여성 및 자녀 등 취약 계층의 자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훈 신임 호찌민총영사는 “민간교류의 가교로서 한ㆍ베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는 게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하다”며 “국제결혼 가정과 귀환여성 후원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껀터(베트남)=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25일 베트남 남부 껀터시에서 열린 '한-베 함께 돌봄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갖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우성(앞줄 오른쪽 네 번째)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정진성(두 번째) 코쿤 대표, 임재훈(여섯 번째) 호찌민총영사, 이용석(세 번째) 현대차 아태본부장과 부 티 화 베트남 중앙여성연맹 부주석, 보 탄 통 껀터시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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