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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고흐 그림 한점으로도 우주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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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고흐 그림 한점으로도 우주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입력
2018.01.25 17:3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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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1890). 한국일보 자료사진
빈센트 반 고흐,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1890).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림으로 읽는 빅히스토리

김서형 지음

학교도서관 저널 발행ㆍ220쪽ㆍ1만4,000원

넓지만 얕은 지식은 지적 대화에 써먹기 좋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일수록 신비하다. 그래서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나와 당신의 지성도 한 뼘쯤 올라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들었다.

베스트셀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과 TV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을 섭렵한 이들이라면 이제 ‘빅히스토리’를 만날 차례다. 넓고 얕으면서 쓸데없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으니, 잡학계의 차세대 맹주가 될 것이라 감히 ‘궁예질’(사람의 마음을 읽는 관심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던 후고구려 왕 궁예에 빗대 근거 없이 추측한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을 해보겠다.

대체 ‘빅히스토리’란 무엇인가? 우주 탄생부터 현재 인류 사회에 이르기까지 138억년 역사를 다양한 학문으로 재구성하면서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갑자기 머리에 지진 날 것 같다고? 두려워 마시라. 개념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지대넓얕’이나 ‘알쓸신잡’ 못지않게 쉽고 흥미진진하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며 조각난 지식을 재배열해 우주 역사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는 얘기인데, 간단하게 ‘퍼즐 맞추기’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알쏭달쏭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그림으로 읽는 빅히스토리’라는 책도 나왔다.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인 저자가 고흐, 모네, 고갱, 클림트, 루벤스, 들라크루아 등 친숙한 화가들의 명화를 매개 삼아 잡다한 지식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를 테면, 르누아르의 그림 ‘설탕그릇과 막사발’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설탕의 기원과 전파, 사탕수수에 얽힌 전설로 이어지고, 15~18세기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에 노예로 끌려간 아프리카 원주민의 비극과 마주하는 식이다. 고흐의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에서는 초승달과 화성, 금성이 같은 하늘에 나타나는 천체결집현상을 발견한 뒤 별의 탄생과 신화, 인류 우주관의 변화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림 안에서 천문학, 생물학, 역사학, 종교, 신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림 한 폭도 이렇게나 유구한 역사의 결과물이라니.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도 이런 여정의 결과물은 아닐지 한번쯤 사유해 보게 된다.

책은 우주의 생명의 탄생, 인류의 빛과 그림자, 혁명과 역사 등 3개 장으로 구성됐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빅히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빅히스토리와 상관없이 그 안에 담긴 잡학 지식들만 쏙쏙 골라 봐도 괜찮다. 백과사전처럼 무겁지도 않고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처럼 휘발되지도 않아,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알맞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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