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보다 최고 14배나 비싸

도서지역 특수배송비 제멋대로

연간 600억∼700억원 추가 부담

제주지역의 택배비용이 수도권보다 최고 14.6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40ㆍ여)씨는 한달에 두세번 정도 필요한 의류나 생활잡화 등을 온라인쇼핑몰로 구입한다. 제주에서 구입할 수 없는 품목들이 많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물품을 구매할 때마다 제주지역이 도서ㆍ산간지역으로 분류돼 기본 배송비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불만이다.

박씨는 “제주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통상 3,000원, 비싸면 5,500원까지 추가로 비용을 지급할 때도 있다”며 “1,000원∼2000원 정도도 아니고, 과연 그만큼의 비용이 발생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른 지역은 물품을 주문하면 1일 정도면 배송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주는 최소 2∼3일은 물론 1주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배송서비스도 좋지 않은데 비용은 더 지불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주도민이 무슨 봉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제주지역의 택배비용은 수도권보다 최고 14.6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ㆍ산간지역 특수배송비가 실제 해상운송비보다 두 배 가량 비싸게 부과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제주도민 택배 이용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지역과 수도권의 배송비를 비교한 결과 전자기기는 14.6배, 식품·약품 9.8배, 생활용품 7.5배, 잡화 5.7배 등 순으로 높았다.

이처럼 제주도민들이 타 지역에 비해 택배비용이 높은 것은 제주지역이 도서ㆍ산간지역으로 분류돼 특수배송비를 추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대략 4,000원 내외인 특수배송비가 택배업체의 자율적 책정에 따르고 있어 실제 해상물류비보다 훨씬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지역과 같은 도서지역에 배송하는 경우 추가소요 비용은 해상운송비가 전부이지만, 연구진이 택배 상자 당 실제 해상운송비를 추산한 결과 대략 500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제주지역 농산물, 수산물 등의 해상운송비 원가산정 결과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상 특수배송비 4,000원은 해상운송비보다 3,500원이나 많은 셈이다.

연구진은 제주도민들이 2016년 기준으로 연간 1,292억원의 택배비용을 부담했지만, 해상운송비의 현실가격을 반영한 적정한 택배비용을 적용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한 연간 576억~679억원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1%가 특수배송비 추가 부담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택배 불만사항으로도 ‘특수배송비 과다’(3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번 연구를 맡은 한승철 연구원은 “도서ㆍ산간지역에 물품 배송시 발생한 추가비용에 대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처럼 택배업체가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특수배송비는 정부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며 “과다하게 책정되고 있는 특수배송비를 현실화해 물류소외지역인 도서·산간지역 주민들의 택배비 부담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