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리포트, 한국이 위험하다] <6> 갈 곳이 없다: 취업과 치료 거부하는 사회

50대 마약사범 조모씨가 출소를 앞두고 간절히 배우길 원해 신청했다가 기회를 얻지 못한 직업훈련 중 타일 부문. 다른 한 수형자가 기능대회 타일 부분해 참여하는 모습. 법무부 제공.
#1
택시 기사 면허자격은 뺏기고
직업소개서 신원 조회에 좌절
단순 투약 → 알선책 → 판매책
생활고 몰리면 더 중한 범죄로
#2
“일하면서 마약 끊고 싶지만…”
교정시설 직업 훈련생 모집도
상당수 마약사범 번번이 탈락

조모(54ㆍ경기 의정부시)씨는 지난해 10월 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마약 중독자라서 치른 여섯 번째 죗값이다. 그는 지긋지긋한 약의 굴레를 벗으려 곧장 일자리를 좇아 다녔다. 택시를 몰았던 그는 마약사범으로 면허자격을 잃어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없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경비용역업체와 직업소개소를 돌았던 그는 ‘신원 조회 동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공장 몇 군데도 발품을 팔았지만 기술 자격 하나 없는 처지를 실감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조씨 사연은 대체로 마약 중독자의 현주소다. 마약 전과 낙인과 반복된 단약(마약을 끊음) 실패로 가뜩이나 자존감이 낮은데 높은 취업 문턱에 좌절감 또한 상당하다. 또 마약을 만졌다가 옥살이만 하는 악순환이 쉽사리 끊기지 않아 자기 파괴의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투약도 문제지만 일반 범죄자와 달리 마약 중독자의 취업 재활에 한층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생활고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리면 더 중한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기 때문이다. 단순 투약자 → 알선책 → 판매책이 되는, 하선에서 상선 코스를 밟을 우려가 크단 얘기다. 수감 전력이 3범 이상인 다수의 마약사범은 “수사기관에 걸렸을 때 자기 고객을 무더기로 넘겨주고 투약자보다 겨우 2~4개월 형을 더 받는 판매자를 종종 봐온 투약자가 ‘향방’(마약사범 감방)을 나가서 살 길이 막막해지면 ‘에이, 이럴 바에야 돈이라도 벌자’하고 선을 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약물 중독자 이모(55)씨는 “운전밖에 못하는 후배가 면허취소로 생계가 막히니까 약 파는 무리에 끼었고, 쉽게 큰 돈을 만지니 투약도 더 했다”고 전했다. 국책연구기관 설문조사를 보면, 교도소 수용자 27.5%(51명 중 14명)가 취업이 안될 경우 생활계획으로 ‘마약을 팔아서라도 생계비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6년 발행 연구결과보고서)

그럼에도 대다수 마약 중독자는 교정시설에서 직업훈련 기회도 얻지 못하고 출소, 재취업 난관에 부딪혀 원만한 사회 복귀를 못하고 있다. 조씨도 밥벌이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출소 5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직업훈련생 모집(7~9월 3개월 과정)을 접하고 ‘타일’ 부문을 신청했다. 출소를 앞뒀고, 인성교육을 빠짐 없이 받은 데다, 징벌 한번 받지 않아서 대상자 선정의 기대를 품었다. 간절함에 법무부에 편지도 띄웠다. ‘마약으로 징역만 살면서 배운 기술도 없습니다. 이번 석 달 과정 잘 배워서 나가서 마약 끊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썼다. 2014년 포항교도소 수감 때도 직업훈련을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셔서 더 그랬다. 얼마 뒤 ‘공정성을 기해 뽑는다. 결과를 기다리라’는 답은 왔지만 결국 탈락. 그는 말했다. “여섯 번 옥살이 중 한번도 직업훈련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런 조씨는 최근 간신히 천장 환풍기 설치 일용직을 구했다. 과거 요금을 안내고 도망간 승객에게 되레 맞아 쇄골을 크게 다쳤지만 일당 10만원을 준대서 안 아픈 척 일했다. 그렇게 열흘 일하다 이달 2일 3m 높이에서 떨어져 허리 척추를 다쳤고, 포천시 모 병원에 입원했다.

교정당국은 각종 면허ㆍ자격 교육훈련 대상자 선정에 마약사범을 특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그 진위를 떠나 상당수 마약사범이 원하는 직업훈련을 못 받고 불안한 처지로 사회로 나오는 게 현실이다.

사회의 극소수 직업 재활 환경마저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송천재활센터가 올 초부터 24시간 입소시설에서 낮 시간 이용시설로 바뀌었다. 2002년 설립된 송천센터는 오갈 데 없고 가난한 마약 중독자에게 숙식을 제공해 심적 여유를 주고 기술 자격ㆍ면허를 따도록 수강 등을 지원하며 취업 알선도 해주는 기능을 했었다.

하지만 간혹 투약 사건이 터진 데다 홍보 부족 등으로 입소 이용자 수가 저조하단 이유로 ‘반쪽 짜리’ 운영 방침으로 바뀌게 됐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문을 열어두고 취업하고 재기할 의지가 있는 중독자를 기다려야 하는데, 마약 중독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하고 단발성 운영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마약 중독자의 과도한 직업 제한을 다소 완화하려는 입법 움직임도 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마약 중독자의 이ㆍ미용사 면허를 금지한 공중위생관리법 등 23개 개별 법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넣는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각종 국가자격과 면허 취득자격요건에서 유독 마약 중독자에게는 신청 자체도 원천 금지돼 직업선택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며 “타인 안전을 고려하면서 사회가 허용 가능한 범위를 두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1 도돌이표: 절망과 참회의 악순환

2 상상 초월: 청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3 좀 이상해: 개운치 않은 수사와 재판

4 마약 양성소: 전문가 키우는 교정시설

5 보름 합숙: 쉽지 않은 재활의 길

6 갈 곳이 없다: 취업과 치료 거부하는 사회

7 일본 가 보니: 민간이 주도하는 재활센터

8 재사회화: 극복하고 있어요 응원해 주세요

특별취재팀=강철원ㆍ안아람ㆍ손현성ㆍ김현빈ㆍ박재현 기자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