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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줄이자며 지원금 안 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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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줄이자며 지원금 안 쓰는 정부

입력
2018.01.23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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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고용안정장려금 등

매년 50%도 사용 안 해

장시간 근로 관행에 부채질

“노동 현장 조속한 안착 위한

지원대상 설정부터 잘못”

전문가들 제도 개선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정부가 올해 정부의 핵심 과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강조하지만, 정작 기업의 단축ㆍ유연근무제 도입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안정장려금’은 매년 예산의 절반도 채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돈을 쌓아놓고도 제대로 된 지원을 못하면서 오히려 경직된 장시간 근로의 관행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고용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32시간 이하로 줄인 경우 감소된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근로시간단축 지원금’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17년 9월까지 전체 예산의 32.7%(14억8,700만원)만 쓰였다. 2016년에 단 3.9%(5억7,200만원)만이 집행되면서 예산액을 지난해(148억1,800만원)의 3분의 1수준인 45억3,600만원으로 축소했는데도, 여전히 대부분이 불용되고 있는 것이다. 예정처의 잠정 추계로는 작년 연간으로도 집행율이 50%를 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심지어 이 사업은 2011년부터 시행됐지만, 당시 추진했던 임금피크제와 맞물려 정년을 연장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인 근로자로만 대상을 한정해 2015년까지 단 한 명의 신청자도 없었다. 2016년부터는 정년연장 조건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한 50세 이상 근로자로 지원요건을 완화하면서 집행률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해마다 예산이 뭉텅이로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일ㆍ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예산도 지난해 9월 예산액 119억3,400만원 중 41.5%에 해당하는 47억5,100만원만 집행됐다. 정부는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통해 근로자가 스스로의 근무시간과 일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한 기업에 취업ㆍ인사규칙 개정으로 인한 간접 노무비 발생분을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52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그러나 이 예산 역시 연례적인 불용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에도 31억6,000만원 중 12.9%에 해당하는 4억700만원만 쓰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 같은 실적 저조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진한 상태에서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보니 실제 집행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정부와 국회, 노동계, 재계 등 각 주체들의 입장이 달라 근로시간 단축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현장의 조속한 안착을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기존 제도 등을 통한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특히 매년 불용이 지속된다면 제도를 좀더 실질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2016년 6월 기준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사업체는 전체(142만3,913개소)의 1.0%인 1만4,659개소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증가폭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52시간 이상 장기 근로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근로시간단축 지원금은 주 32시간 미만을 일하는 근로자로 지원대상을 설정하는 등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며 “보다 많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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