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틀간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군청색 롱코트와 모피 목도리, 앵클 부츠 등 패션은 물론이거니와 일거수일투족이 시선을 끌었다. 2015년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북한 대표단이 내려온 이후 첫 방문단인 탓도 있지만 북측 대표단을 이끄는 여성이라서 더욱 관심이 컸다. 강렬한 눈매와 함께 진한 분홍빛 입술이 만들어 낸 미소가 남북 해빙 국면에서 야릇하고 오묘했다.

▦ 현송월은 북한의 톱가수 출신이다. 우리로 치면 초창기 걸그룹 멤버였다고 할 수 있다. 1994년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뒤 왕재산경음악단과 보천보전자악단을 거치며 뛰어난 노래 솜씨를 인정받았다. 대중가요 그룹인 보천보전자악단에서 부른 ‘준마처녀’가 대표곡이며 3장의 독립 앨범까지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간에는 김정은의 여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 정보 당국은 “확인되지 않은 얘기”로 일축했다. 72년생으로 84년생인 김정은과 12세 차이가 나는 데다 문화예술을 선군(先軍)정치의 기둥으로 삼던 김정일 시대 스타덤에 올랐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약하다.

▦ 현송월은 한때 음란동영상을 찍어 처형됐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도리어 김정은 체제 들어 승승장구하며 북한의 실력자로 부상했다.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돌연 귀국할 당시, 대좌(대령급) 계급장을 달고 나타나 처음으로 직급이 확인됐다. 이어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발탁됐으며 최근에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차관급)에 올랐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역시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겸하고 있는 권혁봉 문화성 국장이 15일 실무접촉에서 존칭까지 쓰며 깍듯하게 대했다는 점으로 미뤄 더 높을 수도 있다.

▦ 북한이 남북 대화에 고위급 여성을 앞세운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2013년 6월 김성혜 당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판문점 실무접촉에 수석대표로 나온 이래 여성이 대표단을 인솔한 경우는 처음이다. 여성 대표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체제 선전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현송월은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30세대가 냉철하고 현실적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등 대북인식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의 미소 속에 남북관계의 화창한 봄날이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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