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최고경영자는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예 처음부터 대놓고 베꼈다. 제품 브랜드는 물론이고 ‘1년 1모델’ 신제품 출시 방식도 복사판이었다. 공개직전까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극대화시킨 티저 마케팅 방식도 똑같았다. 신제품 출시 프레젠테이션도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전매특허였던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진행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小米)의 초창기 전략은 철저한 ‘애플 따라하기’였다. 샤오미가 ‘애플의 쌍둥이 동생’으로 공공연히 불렸던 이유다. 창의성과 독창성이 생명인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비난 받을 법도 했지만, 이런 카피 전략은 적중했다. 그리고 샤오미는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성장했고, 기업공개(IPO)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샤오미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정하고 올해 하반기 IPO를 추진하고 있다. FT는 홍콩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최대 1,000억달러(약 106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기업 가치의 2배 수준이다.

지난 2010년 4월 설립된 샤오미의 창업자는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레이쥔(雷軍ㆍ49)이다. 10여명의 동료와 함께 스타트업을 창업한 그는 철저하게 실용적인 방식만 고수하면서 성공을 이어갔다. 창업 초창기엔 오프라인 판매 방식을 배제했다. 광고도 없었고, 유통 수수료가 적은 온라인 사이트 중심으로 유통시키면서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샤오미는 또 1년에 1개의 스마트폰 출시 전략을 고집했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이 역시 애플의 행보와 유사했다. 덕분에 지난 2014년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아무것도 없었던 무(無)에서 시작했지만 창업 이후 연평균 7배씩 성장했다”며 “샤오미만의 독특한 판매전략 등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오히려 우리에겐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샤오미는 경쟁사인 애플과 삼성전자 등의 신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야심작으로 6.4인치 대화면의 '미 믹스2'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샤오미 홈페이지

최근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 고전하고 있지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샤오미(13.8%)는 애플(10%)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위상도 되찾았다. 최근 들어선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이외에 착용형기기인 스마트밴드와 무인항공기(드론), 보조배터리 등으로 제품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샤오미의 이런 기세는 사업 다각화와 영역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엔 핀란드 대표 기업인 노키아와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샤오미는 IoT와 AI 사업 활성화를 위해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바이두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스페인 시장에 진출했던 샤오미는 올해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의 상장이 무난하게 진행될 경우 얻게 될 자금은 차세대 먹거리인 AI 등의 소프트웨어 분야와 신시장 개척에 쓰여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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