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17세 최연소 프로 발레리나 “물 흐르 듯 춤추고 싶어요”

알림

17세 최연소 프로 발레리나 “물 흐르 듯 춤추고 싶어요”

입력
2018.01.20 04:40
24면
0 0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김유진

발레 집중 위해 중고 검정고시

“전막 공연 주역 경험 있지만

이젠 군무부터 잘 해야겠죠”

‘최연소 프로 무용수’의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김유진양은 “날로 느는 기량”이라고 말했다. 166.5cm의 키도 아직 자라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최연소 프로 무용수’의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김유진양은 “날로 느는 기량”이라고 말했다. 166.5cm의 키도 아직 자라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6 서울국제발레콩쿠르 1위, 동아콩쿠르 중등부 발레부문 금상, 국내 최연소 전막 발레 주역. 발레리나 김유진(17)에게는 십수 개의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10등신은 될 듯한 조막만한 얼굴과 가늘고 긴 팔다리, 길쭉하고 큰 손과 발. ‘모태 무용수’의 체격을 갖춰 이미 14세 때 ‘지젤’ 전막 공연의 주역으로 데뷔했다. 지난 10월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정단원으로 입단하며 화려한 이력에 정점을 찍었다. 국내 최연소 프로발레단 단원이 된 순간이었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김유진 양은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내가 그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 안 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셨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5세 때부터 자세 교정을 위해 발레를 배운 그는 초등학교 입학 후 “책상에 앉아 연필 잡는 것보다 움직이는 게 좋아” 일주일에 세 번씩 발레를 배웠다. 전공을 결정한 순간은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초등 3학년 무렵 본격적으로 공연을 무대 올리면서 교육비가 수직상승하자 김양의 부모는 김양에게 “꼭 발레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딸이 “배우고 싶다”며 우는 모습을 보고는 적극 지원했다. 발레에 집중하기 위해 중학교 입학 후 닷새 만에 자퇴하고 홈스쿨링으로 중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홈스쿨링을 권유했던 사람이 국내 1세대 스타 발레리노 이원국씨다. 김유진양은 그가 이끄는 이원국발레단에서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주 7일’ 연습벌레로 2년 반을 보냈다. 단원 10명의 소규모 발레단에서 1인 다역이 필수. 평균 일주일에 2~3차례 이상 갈라 공연을 열며 기량도 급속도로 발전했다. 또래 친구들이 차곡차곡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혼자 학교 그만두고 불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양은 “이원국 선생님한테 춤 배운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변에 제 또래가 없어 힘들기도 했죠. 한데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걸 제 스스로 느끼니까 눈 뜨면 연습실로 갔어요.”

국내 최연소 프로 발레단에 입단한 김유진.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내 최연소 프로 발레단에 입단한 김유진.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문훈숙 UBC 단장의 눈에 띈 건 2015년 한 콩쿠르에서다. 이원국과 함께 출전한 콩쿠르에서 문 단장이 심사위원을 맡았고, 이듬해 수원발레축제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공개 오디션과 면접을 거쳐 인턴, 연수, 정단원으로 나눠 입단하는 관례를 깨고 지난해 10월 특채로 입단, 곧바로 12월 호두까기 인형 전막 공연에 두 차례 주역까지 맡았다. “이원국 선생님도 크게 기뻐하셨죠. 작은 울타리에서 큰 울타리로 이동하니까. 앞으로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몸 관리 못하면 다른 무용수들한테도 피해를 주니까요.”

14세에 ‘지젤’ 전막 공연을 시작으로 주역만 소화했던 김양은 입단 후 처음으로 군무에 투입됐다. “군무의 생명은 줄 맞추는 건데 혼자 춤추다가 줄 맞추려니까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군무가 좋아야 주역이 함께 빛난다는 걸 알았죠.”

가장 닮고 싶은 무용수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발레리나 나탈리아 마카로바. “물 흐르듯 추는 게 영상으로도 느껴져요. 최근 내한했던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의 춤도 충격적이었고요. 언젠가 그런 춤을 추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