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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양떼지기

입력
2018.01.18 15: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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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인간이 가장 많이 하는 행위지요. 매순간 내가 태어나는 것처럼, 우리는 보고 있을까요? 내 생각을 비운 자리에서 ‘본다’는 시작되지요. 우리는 자주 내 생각으로 본 것을 내 눈이 본 것으로 착각하지요.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요. 텅 빈 눈으로 보아야 “마리골드 꽃을 믿듯이 세상을 믿”게 되므로, 시인이 가장 먼저 또 가장 자주 하는 리추얼은 텅 빈 눈을 만드는 것이지요.

평생 페소아를 연구한 안토니오 타부키에 의하면 “20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될 이 위협적인 포르투갈 사람”이지요. 페소아는 47년을 살았는데, 사후에 트렁크에서 방대한 양의 원고가 발견되어 지금까지도 편집이 완료 되지 않은 문제적인 작가지요. 페소아는 80여명에 이르는 다른 인격체로 글을 썼지요. 이 시는, 불면을 앓는 알베르토 카에이로라는 인격체가 쓴, 49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편 중 두 번째 작품이지요.

텅 빈 눈의 자리, 페소아의 시는 어김없이 그곳에서 탄생하지요. 알아야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몰라야 보이지요.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고정된 생각을 덧입지 않은 본래의 모습이 보이지요. 왜 사랑하는지 또는 사랑이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음이 사랑의 능력이듯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르는 능력에서 “나는 볼 때, 해바라기처럼 활짝 본다”가 열리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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