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개정안에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7월 15일 네 살 은비(가명)는 대구의 한 가정에 입양을 전제로 맡겨진 지 7개월 만에 심정지 상태로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원인은 양부의 상습 구타로 인한 뇌출혈. 일주일 뒤, 서울가정법원은 은비의 뇌사 판정 사실을 모른 채 양부모에게 입양을 허가했다. 입양 과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은비의 사망을 계기로 민간기관이 입양 절차를 주도하는 대신 정부가 적극 개입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입양 아동의 학대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반대쪽에서는 가뜩이나 감소세인 국내 입양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16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후 정책변화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은비 사건’ 이후 국회에서 진상조사 활동을 벌여 입양과 아동학대 제도를 일부 개선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며 “입양 업무를 정부가 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입양에서의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이하 헤이그협약)’ 국회 통과를 위해서도 입양특례법 관련법을 제ㆍ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안된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양의 신청부터 상담, 교육, 사후 관리 등을 관리ㆍ감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국내의 입양 절차는 사실상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했다. 법원의 허가를 제외하면 친부모 상담, 입양 결정, 양부모 선정ㆍ연결 등의 과정을 민간 입양기관이 전담하는 구조다. 은비 사례처럼 법원이 입양 허가를 내리기 전 양부모가 입양아와 함께 살아보는 6개월에서 최대 3년의 ‘사전 위탁’ 기간엔 아이가 학대의 사각에 방치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민간 입양기관들은 정부가 입양의 전 과정에 개입하면 절차가 까다로워져 입양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입양 숙려ㆍ허가제를 도입한 ‘입양특례법’이 2012년부터 시행된 이후 국내 아동의 입양은 2012년 1,880건에서 2016년 880건으로 줄었다. 정영란 한국입양홍보회 사업팀장은 “입양을 원하는 미혼모 입장에선 민간기관을 찾는 것도 어려워 베이비박스를 찾는 게 현실인데 공공기관을 찾아 상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안된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한다. 향후 남 의원 측이 관련 법을 발의하면, 앞서 발의된 관련 법 등과 함께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승일 복지부 입양정책팀장은 “헤이그협약 이행법률 성격이 강한데, 국제사회는 민간입양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입양 절차의 공적 책임을 강화해가고 있다”며 “입양절차가 공공책임 하에서 이루어 진다고 해서 입양이 더 위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