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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권ㆍ골든벨… ‘감빵생활’의 이 장면,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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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권ㆍ골든벨… ‘감빵생활’의 이 장면, 사실일까

입력
2018.01.16 16: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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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2016년부터 1년간 실제 교도소를 찾아 다니며 사전조사를 벌였다. CJ E&M 제공
신원호 PD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2016년부터 1년간 실제 교도소를 찾아 다니며 사전조사를 벌였다. CJ E&M 제공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감빵생활’)은 감옥 생활을 실감나게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제작진의 꼼꼼한 사전조사가 한 몫 했다. 드라마의 내용,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감빵생활’을 팩트체킹해 봤다.

감방에서 따뜻한 물을?

‘감빵생활’에선 수용자들이 믹스커피,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13회에서는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가 자신만의 비법으로 보통 컵라면을 비빔국수로 변신시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는 최고 온도를 70℃로 제한해서 따뜻한 물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실제 교도소에서도 수용자들에게 뜨거운 물을 제공할까.

사실이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온도를 80~90℃로 유지한 따뜻한 물을 휴식시간 수용자가 요구하면 식수용으로 제공한다.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컵라면 같은 것을 먹으려면 수용동이나 작업장 등에 있는 전기 온수통을 이용한다. 비빔국수는 현재 수용자가 구입할 수 있는 품목에서 제외되어 있다. ‘문래동 카이스트’의 능력을 다룬 비빔국수 에피소드는 꽤 현실성 있는 셈이다.

사실적 연출에 시청률 10% 돌파

이처럼 ‘감빵생활’은 소소한 부분까지 사실에 기반해 제작했다. 어두침침한 감방 자체는 시청자에게 호감을 줄만한 소재가 아니지만, 섬세한 연출로 이 장벽을 뛰어넘었다. 교도소에 대한 궁금증, 인간사에 대한 공감을 불러내며 지난 11일 방송된 14회 시청률은 10.6%까지 솟았다.

꼼꼼한 사실 확인은 “아무리 좋은 상상력이라 해도 실제 사례를 이길 수 없다”는 신원호 PD의 소신에서 출발했다. 2016년 4월부터 1년 동안 법무부 교정본부의 협조를 얻어 서울동부구치소, 남부교도소 등 몇몇 교정시설을 직접 찾았다. 수용자들과 마주치지 않는 선에서 내부 시설과 규칙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수감되어 있는 수용자와 현직 교도관 인터뷰를 통해 감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사를 들었다. 25년형을 선고 받은 장기수(최무성)라는 캐릭터는 여러 재소자들의 사연을 모아 복합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해 7일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6회에서는 ‘제 1회 서부교도소 도전 골든벨’에서 한양(이규형 분)이 최종 우승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CJ E&M 제공
지난해 7일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6회에서는 ‘제 1회 서부교도소 도전 골든벨’에서 한양(이규형 분)이 최종 우승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CJ E&M 제공

교도소 방송국에다 ‘도전 골든벨’까지?

교정본부 ‘보라미 방송’에 흘러나오는 여성 DJ의 목소리. 교도소 분위기를 따뜻하게 풀어주고 장면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교도소에 방송국이 있을까.

있다. 라디오는 교화방송센터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정오 1시간, 취침 시 5분)과 생방송(아침 기상 후 1시간)을 병행한다. 자체 제작 방송은 수용자의 사연, 신청곡, 신곡 소개 등으로 진행한다. 일반 라디오방송과 다를 바 없다. 진행은 방송센터 전담직원이 맡는다. 드라마 속 DJ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현지혜 리포터다.

TV는 남성 수용자를 시청 대상으로 한 일반채널, 여성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여성채널, 검정고시 등을 대비하는 교육생을 위한 교육채널로 구분한다. 수용자는 오전·오후 각 2시간, 저녁 4시간 내에서 해당 채널만 시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 대부분은 지상파 콘텐츠의 녹화방송이다. 뉴스나 주요 스포츠 중계는 생방송이 허용된다.

교도소에서 ‘도전 골든벨’이나 체육대회가 열릴까. 교도소 재량껏 진행할 수 있다. 체육행사는 횟수, 시기 제한 없이 교정기관의 판단에 따라 기관 실정에 맞춰 열면 된다. 여의치 않을 경우 문화행사로 대체할 수도 있다. 신 PD는 “의외로 교도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자주 진행되진 않는다”면서 “스토리 전개상 이벤트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조금 더 다채롭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옥바라지 심부름센터?

10회에서는 수용자들의 잔심부름을 대신 해주는 ‘옥바라지 닷컴’이 나왔다. 이런 서비스가 있나 싶어서 ‘옥바라지 닷컴’은 방송 뒤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이 설정은 신 PD가 재소자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심부름센터’와 같은 대행업체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든 것이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심부름센터가 실제 존재하지만, 부정물품 반입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제혁(박해수)는 '독보권'이라는 혜택을 받아 교도소 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tvN 방송화면 캡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제혁(박해수)는 '독보권'이라는 혜택을 받아 교도소 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tvN 방송화면 캡처

독보권, 휴대전화 사용은?

11회에서 제혁(박해수)은 동료 수용자를 해코지한 이를 찾기 위해 교도관 준호(정경호)에게 “‘독보권(獨步權)’을 달라”고 요구한다. 교도소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범인 찾게 해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독보권’은 없다. 비슷한 건 있다. 개방 시설 또는 완화경비시설 수형자 및 자치생활 수형자 중 소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교정시설 구내의 일정 구역을 돌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낮 시간 동안 식사, 접견, 운동, 작업 등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신 PD는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장소의 다양성을 주려다 보니 제혁의 동선이 길어지고 활동 반경이 커지게 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제혁과 교도관 준호와의 대화도 실제 이상으로 많이 설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13회에서 제혁은 소장의 허락을 받아 일주일간 휴대폰을 소지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또한 거짓이다. 교정시설 내 수용자는 휴대폰을 쓸 수 없다. 소장의 허가를 받아 전화 통화는 할 수 있지만, 한 달에 다섯 차례까지만 수용자 부담으로 카드형 공중전화를 쓸 수 있을 뿐이다.

굴곡진 인생에 초점

사실성 못지 않게 제작진을 긴장시켰던 부분은 미화 가능성이었다. 어쨌든 죄 짓고 감옥에 들어간 사람들을 예쁘게 포장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 어쩌나 신경 썼다. 범죄 자체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해법으로 삼았다. 신 PD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읽혀지기 보다, 감옥에 들어온 사람들의 인생은 일반인보다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았고, 그 인생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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