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지난 5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SBS 제공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들이닥친다고 했던가. 조명 설치 도중 스태프의 추락사고가 발생한 tvN 주말극 '화유기'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방송가의 민낯을 보여주는 일들이 연초 잇따르고 있다.

성유리 김민정 정유미 등 유명 배우들이 드라마 출연료를 아직 받지 못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이들은 1억~2억원 이상의 출연료를 못 받았다고 한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배우들이 못 받았을 정도라면, 촬영 현장 스태프의 주머니는 어땠을까.

배우들 몸값이 회당 1억원 가까이 올라도 촬영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임금 상승은 그림의 떡이다. 세트장에서 하도급업체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4시간 일하면 5만원 가량을 받는다고 한다. 이마저도 제작사가 부도 나면 못 받는다. 배우들이 제작사에 1억원을 내놓으라 할 때 현장 스태프들은 몇 십 만원을 못 받아 눈물을 떨군다.

'화유기' 사고로 들여다본 스태프에 대한 처우는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하루 20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고, 밥 먹는 시간 이외에는 항상 현장에 대기해야 한다. 영화는 2시간짜리 작품 하나 만드는 데 보통 4~6개월 동안 비교적 여유롭게 작업하지만, 드라마는 일주일에 두 회를 만들어야 한다. 근로계약서가 구비된 영화 현장과 달리 드라마 현장에선 근로계약서의 '근'자만 꺼내도 업계에서 사장되는 분위기다.

초고화질(UHD) 화면과 컴퓨터그래픽(CG) 영상이 돋보일수록 현장 스태프들의 작업은 고될 수밖에 없다. UHD 보급으로 세트장은 더 완벽하게 설치되어야 하고, CG가 들어가는 화면은 완성도를 위해 촬영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드라마 제작 스태프는 "한 겨울이면 양말 6개와 점퍼 3개를 껴입는다"고 했다.

이런 스태프의 고된 노동과 열정에 최근 찬물을 끼얹는 일도 있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괜찮아 괜찮아'(시즌1) 측이 관행을 내세워 외부용역 업체 스태프에게 6개월치 미지급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이 내용이 보도돼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당사자에게 사과나 반성은커녕 '발설자 색출작업’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화유기' 제작사 관계자가 스태프의 추락사고와 다리 부상 등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입 단속하려 했던 정황과 비슷하다. 서슬 퍼런 '갑질'도 관행이라고 둘러댄 건가.

SBS는 하반신마비 스태프의 아픔을 외면하기도 했다. SBS는 지난 5일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승기에게 향하는 '화유기' 사고에 대한 언론의 질문을 차단했다. 이날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이승기는 과연 '화유기' 주연배우로서 책임의식이 있기는 한가 의문이다.

저작권도 없이 노동만 제공하는 현장 스태프들의 노고가 더 이상 눈물로 물거품 돼선 안 된다. 관행이라며 제작비의 50~80%만 제공하고 저작권을 소유해 장사하는 방송사들의 행태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나.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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